대안교육 간디학교의 `행복한 교육학`
대안교육 간디학교의 `행복한 교육학`
  • 북데일리
  • 승인 2005.08.12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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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문제아란 나쁜 아이나 못된 아이가 아니라 사실상 불행한 아이에 불과하다.”(서머힐 가운데, 니일 저)

올 상반기만큼 대한민국 교육계가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서울대를 비롯 서울 주요대학의 본고사형 논술문제가 물의를 일으키자, 본고사 부활의 `망령`에 대해 갑론을박 말들이 오갔다.

정부는 3불정책(고교등급제, 본고사부활, 기여입학제)을 변함없이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일부 사립대학과 강남을 위시한 특정지역, 야권의 일각에서는 정부의 3불정책에 맞서 3무정책을 내세워 교육 쟁점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2008년도부터 대입전형이 내신위주로 바뀌다보니 현재 고등학교 학생들은 기말고사 시험 문제 하나에 일희일비가 갈렸고, 현 고1 교실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울음바다가 벌어지거나 재시험을 요구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사랑과 자발성이라는 교육특성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대입경쟁, 입시지옥으로 학생들은 주눅들어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바꿀 대안은 없는 것일까.

국내 최초의 비인가 상설 대안학교로 출발한 간디학교 양희규 교장은 ‘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2005. 가야넷)에서 “궁극적인 교육 철학은 ‘행복한 삶’을 실현하는 데 있고 아이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길러내는 것이 교육이 목표”라고 말한다.

즉, 수려한 자연 환경과 다양한 교과들, 그리고 스스로 배우고 만들어 나가는 교육 문화 환경 속에서 행복한 아이로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 간디학교 아이들을 통해,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찾고 있는 대안교육임을 말해주고 있다.

간디학교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양교장의 불행한 학창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초중고교시절 내내 학교는 호기심 많고 질문 많은 그에게 철저히 무관심했고 비교육적 학교 체제에 저항하고 소신에 따라 행동하고자 했던 그에게 심지어 자퇴를 권하기까지 했다.

학교 부적응아였던 그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아이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행복한 학교 설립에 대한 의지를 굳게 다졌다. 간디학교는 그렇게 탄생했다.

책에는 간디학교의 설립 배경, 설립 과정, 교육 철학, 교육과 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이 대안 교육 현장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들과 함께 길러져 나온다.

“간디가 보여준 진리에 대한 단순함, 노동하는 삶, 공동체 정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교명을 간디학교로 하고 이 세 가지를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양희규 교장은 행복한 삶을 위해 행복의 조건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 그것의 달성을 중요한 교육적 과제로 삼았다. 그 조건이란 건강, 사랑, 자유, 지혜다.

첫 번째, 건강하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 없다. 간디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최고의 건강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매일 1시간 정도 걸을 수 있도록 기숙사와 학교의 거리를 떨어뜨려 놓았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체력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 간디학교는 적절한 교육과 습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을 길러주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을 대할 때, 혹은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대할 때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존중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사랑은 이해하고 배려하며 믿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 간디학교는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터득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간다. 자유의 완성은 자기 발견에 있으므로 아이들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사랑하고 어떤 종류의 삶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과를 제공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네 번째, 인간은 호기심과 배움의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을 충족시켜주어야만 행복하다. 그것이 바로 지혜다. 간디학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따로 교과를 마련해 주는 방식 등을 통해서 탐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위 네 가지 교육과제를 통해 간디학교 아이들은 다양한 교과와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를 체득하고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간다. 행복한 교육,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과목을 중시하는 일반학교와는 달리, 옷 만들기, 집짓기, 요리, 텃밭 가꾸기, 간디문화의 밤 등의 과목들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일들을 찾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비록 비인가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스스로 간디학교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 그들 모두는 간디학교에서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고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사진 = 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 책 표지, 간디학교 양희규 교장, 가야넷 제공)[북데일리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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