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항상 필요"
"관심은 항상 필요"
  • 북데일리
  • 승인 2006.10.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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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마토 4]북데일리 시민기자 ‘뜨거운 관심’ 난상 토론

[북토마토]는 국내 유일한 책 뉴스 사이트인 북데일리가 주최하여 책 시민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책 토론회의 이름입니다. 북토마토는 `토론을 마음껏 즐기는 토론회`의 약자입니다.-편집자주

자기계발 시장의 화두가 ‘행복’에서 ‘관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출간 된 <관심>(대교베텔스만. 2006), <뜨거운 관심>(다산북스. 2006)이 그 대표적인 예. 두 책은 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고 타인의 행복을 걱정하는 진짜 관심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행복한 이기주의자>(21세기북스. 2006)를 주축으로 개인의 행복을 주창했던 자기계발서들에 반기를 든 새로운 흐름이다.

이 중에서도 <뜨거운 관심>은 현대사회의 위태로운 이면에 현미경을 댄 의미 깊은 작품이다. 저자 하우석은 40대 가장 ‘선우’를 통해 대화의 단절과 무관심으로 해체되고 있는 가정과 직장의 위기를 이야기 한다. 말을 잃어버린 남편, 참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아내, 속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아이들로 이루어진 한 가정이 ‘뜨거운 관심’을 통해 겪게 되는 놀라운 변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북데일리는 <뜨거운 관심>이 담고 있는 문제들을 전면으로 논해보고자 제4회 북데일리 난상 토론회 ‘북토마토’를 개최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 <내 머릿속에 개들>(문학동네. 2006) <자유롭게>(21세기북스. 2006)에 이은 <뜨거운 관심> 토론회에는 북데일리 시민기자 김영욱, 김용수, 김인숙, 신용철, 신홍민씨와 독자패널 이태훈, 안석준, 이지연, 함수린씨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쳐보였다. 그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너무 쉽게 쓴 책? 그 만큼 잘 쓴 책?”

신용철 “인기를 끌었던 <마시멜로 이야기>(한국경제신문사. 2005) <핑>(웅진윙스. 2006)이 번역책인데 비해 <뜨거운 관심>은 한국형스토리텔링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얻게 되는 것들이 많았지만 대화가 너무 신파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김영욱 “너무 쉽게 쓰였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저는 오히려 그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중고등 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고, 제 어머니처럼 60세가 넘으신 분이 읽으셔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거죠. 눈높이에 따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그건 큰 장점이죠. 또 쉽게 읽힌다고 해서 내용이 얕지도 않고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어떤 독자층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배려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래 뵈도 저 까다로운 독자에요. 웬만해서는 어떤 책을 좋게 봤다고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요(모두 웃음)”

김용수 “김영욱씨의 말씀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해요. 어려운 책만이 권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너무 만연해 있는 것 같아요. 서평도 마찬가지에요. 요즘 서평은 다 왜 그렇게 어려운지. 책 7천권 읽은 저도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많아요. 왜들 그렇게 글을 어렵게 쓰는지 모르겠어요. 글 쓰시는 분들이 어렵게 써야 내용을 멋있게 전달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그래서 저는 오히려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인 이 책이 좋았어요”

“차가운 관심보다 차라리 무관심을!”

“겉으로 볼 때는 주위의 관심을 받는 것 같은 데도 불행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받고 있는 관심이 ‘뜨거운 관심’이 아니라 ‘차가운 관심’이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친 관심이나 혹은 마음 내킬 때만 주는 이기적인 관심은 무관심보다 못하다. 이런 것들은 모두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차가운 관심’이다.” (p4~5)

신용철 “책이 말하는 뜨거운 관심, 차가운 관심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교회 사람들에게 문자로 좋은 문장을 자주 보내거든요. 요즘은 시간이 없어 많이 못하지만 싸이월드를 통해서 글도 많이 남기고. 그런데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매일 문자를 보내고 글을 남기고 하는 것이 때로는 가식적으로, 형식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고. 그 말을 듣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진심으로, 이 책의 말을 빌자면 뜨거운 관심으로 보낸 것을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김인숙 “제 상사 중에는 이런 분도 계세요. 평소 제가 회사 블로그를 운영 할 때는 아무 관심이 없으시다가 위에서 ‘온라인 마케팅에 치중해’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시는 분이죠. 그때부터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서 스킨 좀 바꿔라, 카테고리가 그게 뭐냐 라며 관심을 보이세요. 제가 원하는 것은 평상시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죠. 뜨거운 관심과 차가운 관심의 가장 큰 차이는 일관성의 문제 같아요. 지속적이지 못한 일시적인 관심은 상대에게 오히려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차가운 관심이아닐까요”

이태훈 “저는 차가운 관심과 무관심 중 어떤 게 더 나쁜 건지 아직 판단이 서질 않아요”

김용수 “당연히 차가운 관심이 더 나쁘죠. 무관심은 그냥 내버려 두는 건데. 차가운 관심은 괜히 와서 관심 있는 ‘척’하는 거란 말이죠. 아무 진심도 없으면서”

이지연 “마음 내킬 때만 주는 관심이 차가운 관심이라는 부분은 동의 할 수 있었지만 지나친 관심을 차가운 관심으로 정의 내리는 부분에는 동의하기 힘들었어요. 남자친구와의 사이를 예로 들자면, 저는 남자친구에게 뜨거운 관심으로 문자를 보내지만 상대방은 그것에 답장을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도 있을 꺼예요. 그런데 그 문자가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보내는 제 입장에서는 뜨거운 관심이거든요. 그런데 책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관심은 차가운 관심이라고 하잖아요”

김영욱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연애관계에서 보면 상대가 반응을 안보일 때는 안달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가 볼 때 그건 관심이 아니라 집착 같아요. 자기애의 왜곡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죠. 상대방이 연락을 안 한다면. 바빠서 일 수도 있고 꾀를 써서 그러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럴 때는 한두 발 짝 물러서서 저 사람은 저런 스타일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좀 지켜봐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요.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에 맞게 변화하기를 기대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책에도 나오잖아요. 존재 그 자체에 감사하라고. 내가 바꿀 수 없는 건 없어요. 나도 안 바뀌는 데 남보고 바뀌어라? 그건 말이 안 되죠. 상대가 존재하고 싶은 데로 그대로 지켜봐주는 것 그게 진짜 관심인 것 같아요”

이지연 “존재자체에 감사하라는 말씀도 좋긴 하지만 저는 관심이 있으면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각만으로 너를 좋아 한다 이건 아니죠. 관심은 상대적인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는데 표현을 안 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그 사람의 감정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면 전화나 문자 같은 것이 별로 문제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느껴지지도 않는다면 관심이라고 볼 수 없겠죠”

김영욱 “진정한 관심은 1년, 5년 연락이 없어도 서로 간에 흐르는 미열 같은 것 같아요. 그것은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는 않지만 변함은 없죠. 또, 서로 소유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마음을 열수도 있고요. 이지연씨가 말씀하시는 건 연애감정 안에서 논의 되는 부분 같아요. 저는 상대방이 당장 답을 받으려고 하고 뭔가를 체크를 하려고 들면 힘들어서 못 만날 것 같아요. 그런 사랑은 하고자 하는 마음 보다는 받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것 아닐까요. 받고 싶은 욕심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한국의 조직문화 바뀌어야 한다”

“팀장님이 살아계시면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어떻게 팀이 해체되고 팀원들이 정리해고 되는데 팀장님만 무사할 수 있단 말입니까? 선원들이 다 죽었는데 선장만 살아남는 배는 없는 법입니다. 팀장님께서 우리 팀을 살리셔야 합니다. 팀장님 혼자 살아남겠다는 생각은 아니시죠?”(p29)

김영욱 “이 대목을 읽으면서 참 난감한 상황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팀원들은 자신들을 두고 가지 말라고 하고 위에서는 팀원들을 자르라고 하고. 결국 팀장인 선우는 팀원들과 끝까지 한 배를 타겠다고 결심하죠. 그런데 부양할 가족이 딸린 가장으로 선우처럼 나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요. 자신이 잘릴 수도 있는 상황 인데 말이죠. 선우라는 인물은 현실에서는 찾기 어려운 캐릭터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씁쓸했지만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김용수 “팀 해제 직전에 선우에게 한 달 간의 기사회생의 기회를 주는 알렉스 사장이 없었다면 모든 게 불가능했겠죠. 책에서처럼 부사장이 ‘팀 해체’를 지시했다면 사실상 모든 상황이 끝난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부사장과 선우 사이에 등장하는 알렉스라는 인물이 무척 새롭게 느껴졌어요. 저자가 알렉스를 통해 한국의 조직문화에도 이런 새로운 가능성이 일 수 있다 그런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뜨거운 관심>은 한국의 조직사회를 대상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책일 수도 있어요”

안석준 “김용수님 말씀 말씀처럼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눈으로 관찰하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낀 걸 이야기 하면 ‘소통’이라는 것도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팀원들과 선우가 위기상황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저도 조직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어요. 모든 구성원이 다양한 의견들을 낼 수 있는 수평적 사고 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의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뭐라고? 당신이 집에서 뭐 하는 게 있다고 지쳐. 지치길! 애 하나 제대로 단속 못해? 강산이도 내년이면 고등학생이야. 그럼 집에서 잘 챙겨줘야 할 것 아냐?

이런 말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생각과 달리 말이 험하게 쏟아져 나왔다.

“내가 하는 일이 없다고요? 그만 둡시다”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선우와 다투길 포기하고 서운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주방 쪽으로 갔다. 아내의 수척한 뒷모습을 보니 선우도 금세 후회가 되었다“ (p34)

김용수 “2,30대 분들은 선우와 아내가 아이들 진로 문제, 부부문제로 갈등을 겪는 부분을 읽으면서 고민에 빠졌을 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 볼 때 이정도의 트러블은 미약한 정도라고 생각해요. 이보다 심각한 가정이 엄청나게 늘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이런 가정불화의 원인을 되짚고 그에 대해 처방을 내리는 일 같아요. 이 책은 그런 문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고요”

신홍민 “선우 부부의 갈등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지만 정말 제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건 유언장 부분이었어요. 실제로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내가 내일 죽는다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거든요. 나중에 선우의 부인이 죽잖아요. 참 가슴이 찡했어요. 부부라면 분명히 모두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일 텐데 왜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대화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요. 가족 간에는 그것이 뜨거운 관심이든 차가운 관심이든,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관심을 많이 줘야 하는 대상도 물론, 가족이고요. 뒷부분에 등장하는 테레사 수녀님의 ‘4주간의 만남’ 프로그램은 리더십교육센터 같은 곳에서 실용화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김용수 “가정 안에도 존재해야 할 어떤 질서와 믿음 같은 것들이 있거든요. 점점 그런 것들이 파괴되어 가고 돈만 있으면 모든 게 가능해진다는 믿음만 팽배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결혼생활을 30년 넘게 해보니 부부 간에 다른 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간에 원하는 걸 그냥 해주면 되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자존심 같은 게 뭐가 필요해요. 상대방이 원하는 걸 내 노력으로 해줄 수 있다면 그게 뭐든 왜 못해주겠어요. 이혼한 사람들 보면 그 작은 것을 해주지 않아, 해줄 수 없다고 해서 헤어진 경우가 많더라고요. 일단 부부간에서부터라도 서로가 원하는 걸 해줘보세요. 선우의 가족이 겪었던 아픔 같은 건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차기 토론회에 참여를 원하시는 독자 분들은 북데일리 편집진 hwayli@naver.com 으로 신청바랍니다.)

(사진 = 시계방향으로 김영욱, 김용수, 김인숙, 신용철, 함수린, 안석준, 이태훈, 이지연, 신홍민)

(사진 = 고아라 기자)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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