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심장 딱딱해져야` 소용없는 까닭
삼순이 `심장 딱딱해져야` 소용없는 까닭
  • 북데일리
  • 승인 2005.08.1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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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독특한 화풍 만큼이나 화려한 여성편력으로도 유명하다. ‘20세기 최고의 화가’ 피카소 명작들 속에는 그와 인연을 맺은 많은 여인들의 체취가 묻어난다. 회화와 판화 작품의 모델이 되기도 하고 지극한 사랑과 뛰어난 재능을 바쳐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친구를 만나면 예전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꺼내 주려는 충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나이는 그런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만들지만 아직도 욕구는 남아 있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사랑의 행위를 할 수 없지만 욕망은 아직 남아있다” - Pablo Puiz Picasso-

거장의 솔직한 고백이 추해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런 욕망과 열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평생 그를 거쳐간 여인은 공식적으로 7명. 한 여인과 결혼생활을 유지하거나 동거생활 중에도 계속 다른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는 정신적인 교감을 이루는 차원이 아닌 단순히 욕정과 공허함을 채워주는 존재로서 여성을 상대한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반면 그를 사랑했던 상대 여인들은 그와 심한 나이차 (마지막 연인이었던 자클린 로크와는 무려 50년 차이) 정도는 문제삼지 않았다. `헌신`적으로 그를 사랑했지만 그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채 `헌신`짝처럼 버림받곤 했다.

피카소의 이기적인 사랑과 여자들의 헌신적인 사랑을 비롯, 다양한 사랑의 행태와 방식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파헤친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2005. 생각의나무)는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을 `머리`로 분석하고 연구한 이색적인 책이다.

저자인 인류학자 헬렌 피셔 박사는 사랑과 그에 관련된 행동이 단순한 심리적 감정에만 한정되지 않는 `두뇌의 작용`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그 증명을 위해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를 동원해 사랑에 빠진 사람들과 실연당한 사람들의 뇌 작용을 촬영했다.

그리고 수백만년에 걸친 인간의 진화과정을 거쳐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뇌 회로 및 신경화학물질의 통제를 받게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사랑에 빠졌을 때 뇌에서 활동하는 `도파민`의 영향을 받는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만족, 기쁨을 주는 화학물질로 이성을 만났을 때 두근거리는 가슴, 가빠지는 호흡 등 신체반응과 함께 사랑의 감정들을 좌우한다. 이와 반대로 `세로토닌`은 부족상태에서 파트너에 대해 몽상하고 빠져들게 한다는 것이다.

책 대로라면 실연의 상처로 괴로워 하던 드라마 주인공 `삼순이`가 다시는 사랑의 고통에 빠지기 싫어 `심장이 딱딱해 졌으면 좋겠다`고 되뇌던 대사는 인간이 가슴 아닌 뇌로 사랑을 하는 이상 소용없는 바람이다.

피셔 박사는 또 남성과 여성의 뇌 구조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랑의 방식도 다르며,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 생존하기 위해 인간의 로맨스도 진화됐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낭만적 사랑의 열정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사진 = 1. 피카소 작품 `Why we love`와 아비뇽의 여인들 2. 피카소와 아내 재클린 그리고 데이비드 던컨. 출처 www.germancarfans.com) [북데일리 송보경기자]ccio@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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