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명문가의 자녀교육 "밑지고 살라"
어느 명문가의 자녀교육 "밑지고 살라"
  • 북데일리
  • 승인 2005.08.1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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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자녀교육은 부모 대신 조부모가 담당하는 `격대교육`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당신의 방에서 손주들에게 선현의 가르침과 삶의 지혜를 전했다. 젊은 부모는 자식에 대한 욕심이 앞서 감정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에 생긴 교육방식이다.

책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2005. 예담)은 풍산 류씨의 서애 류성룡, 고성 이씨의 석주 이상룡, 재령 이씨의 운악 이함, 양천 허씨의 소치 허련, 진성 이씨의 퇴계 이황, 해남 윤씨의 고산 윤선도, 나주 정씨의 다산 정약용, 한양 조씨의 호은 조전, 파평 윤씨의 명재 윤증, 그리고 경주 최씨인 경주 최부잣집 등 10대 명문가에서 고래로부터 내려온 모범적인 교육철학과 교육방식을 담아냈다.

저자 최효찬씨가 직접 종가와 고택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증언한 내용을 실었다. 언론인 출신 저자는 현재 연세대 비교문학 박사과정으로 논문을 준비 중이다.

석주 이상룡 종가는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자녀교육만은 결코 소홀하지 말라`는 가풍을 갖고 있다. 서애 류성룡은 `항상 독서를 멈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명문가 중에는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는 곳이 많다. 운함 이함가는 `밑지고 살라`며 자식이 동네 아이들에게 맞고 들어오면 오히려 칭찬했다.

소치 허련 가문의 가훈은 `나를 밟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 고산 윤선도는 `중앙 정계에 진출하지 말라` `벼슬에 오르더라도 그 자리에 연연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를 비롯 `만석 이상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마라`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까지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가진자의 도덕적 의무)를 유난히 강조한다.

교육에 대한 오래된 전통은 최근 독일 도이치방크 연구소가 발표한 `2020년의 글로벌 성장 중심들`이라는 보고서에서 확인된다. 보고서는 한국과 스페인이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에서 가장 앞섰다며 경제 성장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의 그늘에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상징되는 사교육비의 불균형이 똬리를 틀고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최상위 계층의 사교육비가 최하위 계층의 8배에 이르렀다. 입시 보습, 예체능 과외 등에 최상위 계층이 한달 평균 29만2000원을 사용하는 반면 최하위 계층은 3만6000원을 지출했다.

자녀에 대한 높은 교육열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자칫 `과유불급`의 위험성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책에서 다산 정약용이 `반드시 서울 10리 안에서 살아라`고 강조한 대목과 `명문대에 가려면 강남 8학군에 살라`는 말 사이에 느껴지는 괴리감은 그 세월만큼 크고 깊다.

(사진 = 책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과 다산의 초상) [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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