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하는 건 사진? 카메라?
당신이 좋아하는 건 사진? 카메라?
  • 북데일리
  • 승인 2006.09.0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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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홍희라는 사람을 머릿속에 기억하게 된 건 조은씨의 산문집 덕택이다. 조은씨가 쓰고 김홍희씨의 몇 장 안 되는 사진으로 채워진 얇은 그 책은 고이고이 책장 안에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많은 애착을 가질 만큼 글이 좋았고 공감이 되었으며, 사진을 참 오래도록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기억나는 사진은 가장 맨 앞에 나와 있던 늦은 밤 계단이 있던 어느 허름한 골목길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나도 저런 골목길을 담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라고 그렇게 오래도록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그의 온전히 그의 글에 온전히 그의 사진이다. 제목은 <나는 사진이다>(다빈치. 2005). 100% 그의 것으로 채워진 책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는 여러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사진에 대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사진에 대해서 다른 이의 삶에 대해서 다른 이의 카메라에 대해서. 그는 그 누구보다 사진관이 뚜렷하다. 그 경계가 상당히 뚜렷해서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조금이라도 만지작거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물론 그는 사진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 이 부분은 사실 그냥 넘겨 읽어도 상관은 없으나, 지금 현재 사진에 있어서 벽에 부딪힌 상태라면 꼼꼼히 읽어볼만 하다. 사진관을 써놓은 에세이일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제법 테크닉에 대한 설명도 충실한 편이다. 덕분에 오호라. 소리를 내면서 새삼스럽게 감탄한 부분도 있고, `이걸 누가 모르냐`라면서 심드렁하게 읽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역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사진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에 대해서 요즘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 대해서 본인의 작업에 대해서 그는 참 많은 생각을 풀어놓고 많은 이야기를 전하려 노력한다. 때로는 조금은 과격하다 싶고 때로는 비꼬는 표정이 보이는 것 같은 글로 예리하면서도 조금은 삐딱하게 자신의 생각을 꼼꼼하게 전하려고 노력했다.

그도 역시 사진이 넘쳐나는 세대에 사진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인지라 그런지 여기저기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물론 그는 이미 자신의 사진관을 세운 것 같고,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글에는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나에게는 별로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어서 편하게 들었지만 장비에 열을 올리는 이에게 그가 남긴 말을 상당히 따끔할 정도였다. 지금도 열심히 렌즈를 사려고 혹은 바디를 새로 장만하려고 물품을 뒤지는 이들에게 그가 남긴 한마디.

`당신은 카메라를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면 사진을 좋아하는 거예요?`

이런 그의 날카로운 지적들이 물론 맞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다지 탐탁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어느 분야의 사람이든 어느 일을 하는 사람이든 글을 업으로 살아가는 이가 아닌 사람이 글로 자신을 혹은 자신의 일을 설명하고자 하는 그 순간에 나는 항상 회의를 가지고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으로 말을 하는 것이고, 옷을 만드는 이는 옷으로 말하면 되는 것이고,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그것 굳이 현란하게 글로 써낼 필요도 없는 것이고, TV앞에 나와서 열심히 열변을 토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경험상 자신의 분야에 대해 결과물이 아닌 말로 혹은 글로 설명하는 이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본 적이 없다는 점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더군다나 저런 분야들은 글이라는 존재가 필요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김홍희씨의 조금은 시니컬한 글을 잘 읽기는 하였으나, 그도 결국에는 사진가라는 점에서 글이 아닌 사진이 더 아쉬웠다. 다음에는 그의 사진이 글보다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데일리 이경미 시민기자] like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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