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감히 신이 만든 인간을 복제해!
인간이 감히 신이 만든 인간을 복제해!
  • 북데일리
  • 승인 2005.08.0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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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복제시대다. 앞으로 한국인 황우석은 다윈이나 뉴턴처럼 보통명사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그의 별명이 `프라이드 오브 코리아`(Pride of Korea)인 것을 보면 세계의 자존심이 될 날도 머지 않을 것 같다.

`뛰어난 과학자 한 사람이 국민 1백만 명을 먹여 살리고, 성공한 과학프로젝트 하나가 GNP 1%를 끌어올린다`는 과학경제의 시대가 도래해설까. 정부에서도 그에게 경호 팀을 붙여주어 신분을 보호하고 있고, 전세계 과학자들은 너도나도 공동연구를 하자며 덤비는 모양새다.

그는 1999년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는 지난 5월에 난치병 환자의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에 전세계에 과학계 새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그러더니 올 8월초엔 고양이 복제보다 어렵다는 `개` 복제에 성공해 연타석 홈런을 달렸다. 세계 최초로 사냥개의 일종인 `아프칸 하운드` 2마리의 체세포 배아 복제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 원숭이 줄기세포 복제 연구에 집중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가 `개체 복제`가 아니라고 못을 박았음에도 불구, 전세계 모든 시선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이므로 인간의 복제까지 열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앞에 숨을 죽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숭이 줄기세포 복제 연구만으로도 인간 복제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지 모른다.

황우석 교수가 마침내 인간 복제에 성공한다면? 너무 성급한 예측이지만 생물학으로 많은 이견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종교계에서는 수천 발의 핵폭탄이 한꺼번에 지구 전체를 폭격한 것 같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인간복제 문제는 그 자체로 생명 탄생의 비밀에 대한 심각한 윤리적 문제의 화약고인 셈이다.

"인간 주제에 감히 신의 영역에 끼어 들겠다고?"

스크린과 상상 세계 속의 인간 복제

예술 분야에서의 인간 복제의 문제는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올 여름 개봉된 영화 `아일랜드`는 이미 인간 복제를 실현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유토피아인 아일랜드로 보내진다던 사람들은 알고 보니 한낱 `제품`에 불과했다. 그들은 복제 의뢰 고객들의 장기 이식을 위해 길러졌고, 이제 죽음에 처하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2001년 미국에서 펴낸 로빈 쿡의 21번째 소설 `복제인간`(2003. 열림원)도 빼놓을 수 없다. 로빈 쿡은 콜롬비아 의대를 나온 실제 의사이며 독보적인 메디컬 스릴러의 대가로 통한다. 작가로서 그는 장기매매를 다룬 `코마`, 바이러스를 다룬 `바이러스`, 희귀 감염체 출현을 그린 `감염체`, 유전자 조작으로 불행한 인종의 탄생을 그린 `6번 염색체` 등 20여권을 줄줄이 펴낸 바 있다.

소설 `복제인간`이 건드리는 건 난자 복제가 갖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다. 즉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불임여성을 위한 `복제`는 과연 도덕적일까. `불임치료를 빌미로 인공 수정한 복제 태아를 임산부의 몸을 빌려 출산하게 하는 일은 과연 정당한가.` 이미 복제양 돌리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인간에게는 확률은 희박하지만 가능성이 남아 있은 미지의 분야다.

원제가 `Shock`인 소설의 줄거리는 말 그대로 소름끼치는 충격의 연속이다. 난자를 기증하고 막대한 보상금을 받은 두 여성은 문득 자신의 난자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위장 취업을 해 클리닉에 잠입한다.

19세기를 연상시키는 낡은 수술실, 하나같이 전신마취를 강요하는 의사들, 수술실에 들어간 후 사라져버린 사람들…. 그곳에서 하얀 앞머리, 시베리안 허스키를 연상시키는 눈에 청각 장애가 있는 아기들이 태어난다. 그들이 수술실에서 본 건 인간 복제와 반인륜적 실험이 태연히 자행되고 있는 현장들이다. 많은 난자와 여성들이 희생되고 있는 불임클리닉이 다름 아닌 비리와 협잡의 아지트라는 점. 결국 두 여성에 의해 윙게이트 클리닉의 전모가 밝혀지게 된다.

소설은 `신의 영역`에 대한 감히 도전장을 내민 불경한 인간의 행위의 위험성과 비윤리성에 대해 묻는다. 총소리가 아닌 소독냄새가 잔뜩 배인 병원에서 독자들은 어느새 황우석 교수에게 물었던 질문들을 오버랩시키게 된다.

원본과 복제본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는 디지털 무한복제의 시대, 인간의 문제마저 디지털화된 질문과 답을 요구하는 듯하다. 과학계의 슈퍼스타 황우석 교수도 쉬 드러내지 못하는 생물학적, 윤리적인 고민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다.

(사진 = 1. 작가 로빈 쿡 2. 소설 `복제인간`의 미국판 표지 3. 영화 `아일랜드` 한장면)[북데일리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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