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백년가약 맺어준 책
노회찬 의원 백년가약 맺어준 책
  • 북데일리
  • 승인 2006.08.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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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한권의 책 때문에 결혼 한 사연을 <신영복 함께 읽기>(돌베개. 2006)를 통해 공개했다. 바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돌베개. 1998)이 그것이다.

노 의원이 신영복을 알게 된 때는 1988년 7월. 누군가 꼭 읽어보라며 어느 무기수의 편지가 실린 ‘평화신문’을 건네주었는데 거기서 처음 ‘신영복’이라는 이름을 접했다.

신영복의 옥중 편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출간 된 것은 그로부터 두 달 뒤. 나온 지 며칠 안 되는 초판본을 읽다가 저자가 8.15특사로 석방 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이 책은 노 의원에게 ‘가장 많이 산 책’ ‘가장 많이 추천한 책’이 되었다. 주머니가 허락 할 땐 한 번에 세권, 네 권씩 사서 선물하기도 했다.

아내와 결혼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덕분이었다. 정성스레 쓴 편지와 이 책을 지금의 아내에게 선물한 노 의원.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1년 후 결혼까지 하게 되었으니 책과 노 의원의 인연은 실로 특별했다.

노 의원은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살아 있는 변증법 교과서’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사물의 본질과 관계에 대해, 그 모순과 변화에 대해 이처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생활 속에 체화시킨 경우를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다시 읽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노 의원이 실제로 만난 신영복은 책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특유의 서체로 유명한 ‘신영복 글씨’를 써달라면 누구에게나 써주던 신영복. 노 의원은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과 소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어쩌면 이렇게 책과 사람이 똑같을 수 있는가? 나는 그때 사상과 존재가 일치하는 드문 예를 보았다. 그리고 이론과 실천의 통일을 배웠다. <강의>에서 해설하신 ‘실천 없는 이론은 어둡고 이론 없는 실천은 위태하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말씀의 바탕을 보았다”

신영복 교수(성공회대)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문집 <신영복 함께 읽기>는 이처럼 신영복의 존재를 ‘새삼’ 돌아보게 만드는 여러 글로 채워져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사람을 거울로 삼는 구도자, 바위’라는 말로 그를 표현하며 “신영복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고 한다. 문화재청장 유흥준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린 한 통의 편지를 읽은 후에는 눈을 감은 채 두 손에 책을 쥐고 명상의 세계로 잠입해야 했다”고 고백한다. 소설가 조정래는 “그이의 글은 뜨거움을 자각케 하고 정의로움을 일깨우며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힘을 발휘 한다”고 칭송한다.

60여명의 필자들을 대표 해 서문을 쓴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박경태 교수는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을 거울로 삼고 닮아가려는 사람들이 문집”이라며 “각자 나무로 살다가 선생을 만나서 더불어 숲을 이룬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책의 1부는 신영복의 사상과 사색의 세계를 살펴 본 글로 2부는 신영복의 삶을 되돌아 본 글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 신영복 교수 퇴임식에서 노회찬, 신영복, 출처 http://www.nanjoong.net/)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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