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과 혀`로 쓴 허영만의 `식객`
`발과 혀`로 쓴 허영만의 `식객`
  • 북데일리
  • 승인 2005.08.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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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허영만의 만화는 모두 10개. 현재 진행되는 것까지 합치면 무려 12개다. `아스팔트의 사나이` `비트` `카멜레온의 시` `미스터Q` `퇴역전선` `48+1` 등 숱한 작품들이 극장가나 안방을 찾았다.

또한 허영만은 서울대 학생회가 선정한 대학 신입생 필독서 목록에 오르고(`오!한강`),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1위에 올랐으며(`날아라 슈퍼보드`), 장편만화 최초 종합일간지 장기 연재(`식객`)라는 다양한 기록을 남긴 작가다.

74년에 데뷔했으니 작품경력만 30여년. 허영만의 장수비결은 탄탄한 이야기와 치밀한 취재에 있다. 특히 취재수준은 웬만한 기자를 뺨친다.

언젠가 KBS `TV책을 말하다`에서 자료를 조사하는 모습이 나온 적 있다.

작품 `식객`의 구성을 위해 그가 방문한 곳은 서울 마장동 축산물 시장. 당시 "항정이 어느 부위죠?"라고 묻는 과정에서 화면에 비친 수첩에는 `1마리 분해(하는데) 5~10분`이라는 글이 언뜻 비쳤다. 상인이 한 마디 할 때마다 수첩에는 빼곡이 글이 가득했다.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현장을 누비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식객`은 총 4년의 구상과 2년간 취재를 거쳐 만들어진 작품이다. 자료는 A4지 1만장이 넘었고, 찍은 음식사진은 라면박스 3상자가 모자랄 정도.

그의 작품이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는 바로 이같은 `허영만표 노하우`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간판에 쓰여진 몇 마디 말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간판`은 한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다.

허영만이 롱런하는 데는 인기에 대해 초연함이 또다른 몫을 한다. 2003년 7월 17일자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그런 생각이 잘 드러났다. 허영만의 말.

"저는 늘 2등이었습니다. 70년대에는 이상무 선생, 80년대에는 이현세씨가 최고였고, 지금까지도 1등은 못해봤습니다."

이어 허영만은 "속으로는 부러웠지만 등수에 동요되지 않는 법을 나름대로 개발해 마음을 단련했다"며 "`인기는 5위권에만 들면 된다, 나는 내 길을 가자`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신작 `식객`은 최근 9권 `홍어를 찾아서`(2005, 김영사)까지 이어졌다.

홍어는 가오리과의 바닷물고기로 삭힌 홍어는 최고 안주로 손꼽힌다. 책에는 신문 연재에서 담지 못한 작가의 `취재일기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와 `요리메모`가 덧붙여져 있다.

책을 보면 영광 굴비 덕장, 태백 매봉산의 고랭지 배추밭, 60년 전통 곰탕집의 비밀을 캐내는 과정이 생생하다. (사진=1.책 `식객`, 2.2004 대한민국 캐릭터 대상을 받는 허영만)[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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