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구한 한마디 "아빠구두 닦아보렴"
생명 구한 한마디 "아빠구두 닦아보렴"
  • 북데일리
  • 승인 2005.08.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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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여고시절부터 대인관계와 사회적응을 기피하며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24세의 미치코(가명)는 `밤거리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미즈타니 오사무(水谷修.49) 선생에게 자신이 처지와 심경을 담아 편지를 보낸 일이 있다.

미즈타니 선생은 미치코에게 답장을 해 "아버지 구두를 닦아 보렴"하고 엉뚱(?)한 제안을 했다.

얼마 뒤 깨끗하게 닦인 구두를 본 미치코의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져 굳게 닫힌 딸의 방문을 노크하며 이렇게 말했다.

"딸, 고마워요. 정말 기뻐요"라고. 이 한마디는 수년간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미치코를 방에서 나오게 만들었다.

밤거리를 헤매던 5000여명의 일본 청소년들에게 새 삶을 찾아 주고 지난해 책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한국판 2005. 에이지21)를 출간해 일본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미즈타니 선생은 도움을 구하려는 `아이들`로부터 12만통이 넘는 이메일을 받았다. 미치코 역시 그 중 한사람.

상담메일 내용 중 80%이상이 "죽고싶다, 사라지고 싶다"로 잠재적인 위험한 자살충동 증후군을 겪고 있었다.

미즈타니 선생에 따르면 교사가 한번이라도 주의를 주면 `학교까짓거`라든가, 친구 한명에게 욕을 들으면 `친구에게 버림받았다`, 부모가 10번 칭찬하고 1번 꾸지람을 해도 `부모는 나를 버렸다`고 믿어버리는 등 자신밖에 보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믿고 얘기할 곳이 없다."며 "문제를 가진 아이일수록 상처는 깊어도 다가가면 마음을 더 활짝 열었다"고 밝히고 아이들을 위해 밤거리로 직접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해행위를 하는 아이, 원조교제를 하는 아이, 약물을 복용한 아이, 도둑질을 한 아이 등 어떤 잘못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마즈타니 선생은 "나 역시 이런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기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걱정을 나누어보라`고 이야기한다"며 조언했다.

책속에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명문고 교사로 재직하던 그가 1991년 겨울에 야간 고등학교로 전근을 자원해 13년간 만나온 밤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자신의 인생을 돌이킬 수 없어 후회하는 고등학생 마사후미와의 인연, 선생의 도움으로 `밤거리`를 벗어나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아이, 교사의 욕심으로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사연 등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아이들이 왜 등교거부를 하는지 곁에서 침묵하며 기다린 적이 있는가`, `당신은 아이가 왜 죽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가`

`일본에서 가장 죽음에 가까이 서있는 교사`라는 별명을 가진 미즈타니는 약물이나 폭력에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면 폭력단 사무실이나 폭력집회에 혼자서 찾아가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아이들의 과거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현재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게 그가 아이들에 대해 가진 생각이다. 무조건 그들이 살아주기만 바랄 뿐이다. [북데일리 박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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