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이 죽었다고?` 여전히 숨결이 느껴져...
`장국영이 죽었다고?` 여전히 숨결이 느껴져...
  • 북데일리
  • 승인 2005.08.08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79년 `홍루춘상춘`으로 데뷔한 장국영은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스타다. 왕조현과 함께 홍콩 귀신 붐을 일으켰던 `천녀유혼`, 홍콩 느와르 시대 대표작 `영웅본색`,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인 `패왕별희`까지 그의 20년 영화 인생은 화려했다.

그의 연기에는 다른 홍콩배우와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바람에 오버코트를 휘날리고 악당들을 향해 멋지게 총을 갈기는 다른 느와르 스타와 달리 그는 여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불안하게 보이는 눈빛은 모성 본능을 자극할 정도였다. 혹자는 마초성을 드러내지 않은 유일한 홍콩 스타가 `장국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국영은 파격 그 자체였다. 여성과 남성 친구를 모두 사귀는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콘서트 무대에서는 관객들을 놀래키는 깜짝쇼를 자주 벌였다. 2001년 `열정 콘서트`에서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빨간색 하이힐을 신고 등장했다.

토론토 콘서트에서 한 관객이 "사랑해요, 레슬리"라고 외쳤을 때 "나도 사랑해요, 당신이 여자든지 남자든지"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집안은 풍족했지만 그의 삶 이면은 비극으로 점철돼 있었다. 대지주였던 할아버지는 문화혁명때 살해당했고 윌리엄 홀든, 알프레드 히치콕, 말론 브랜도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양복을 만들던 아버지는 집안 일에 소홀했다. 부모는 어린 시절 이혼했고 장국영은 외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영화 속에서는 짙은 우수를, 콘서트장에서는 파격을 보여주던 그는 2003년 4월 1일 만우절날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4층 피트니스에서 46세를 끝으로 몸을 날렸다. 유서가 공개되지 않아 그가 죽은 정확한 이유는 여전히 미궁이다.

`장국영이 죽었다고?`(2005. 문학과지성사)는 김경욱의 소설집이다. `장국영이...`는 떠돌며 쉽게 뿌리내리지 못하는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다양한 문화 코드와 함께 버무린 작품이다.

물론 중심 모티브는 믿을 수 없는 날에 자살한 장국영이다. 여기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회사에서 밀려나고 가정이 깨져버린 한 남자와 인터넷을 통해 그와 접속한 한 이혼녀의 삶이 포개진다. 두 사람은 쓸모없는 기억들을 연이어 내놓다가 `장국영의 죽음`에서 돌연 접속한다. 그러자 의미없는 기억들은 활기를 얻는다. 왕가위 세대의 방황과 허무, 페이소스가 진하게 묻어나는 책, 바로 `장국영이...`다.

이 작품은 올해 6월 11일 KBS 1TV `드라마시티`를 통해 방송이 된 바 있다.

장국영을 구체적으로 만나고 싶다면 `장국영-천상에서 해피투게더`(2003, 미디어2.0)가 적당하다. 장국영의 가족사와 개인 이력, 필모그래피, 평론가들이 분석한 출연작까지 내용이 세세하다.

(사진=1. 책 `장국영이 죽었다고?` 2. 책 `장국영-천상에서 해피투게더` 3. 영화 `해피투게더` 4. 영화 `천녀유혼`) [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