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상처만 남기는 그 어두운 악의
사랑, 상처만 남기는 그 어두운 악의
  • 북데일리
  • 승인 2006.08.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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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치카와 다쿠지. 그의 소설은 한 편의 투명한 수채화 같았고, 독자의 가슴 한 구석에 잔잔한 파문과 같은 감동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온 세상이 비라면>(랜덤하우스중앙. 2006)은 이전의 이치카와 다쿠지의 소설세계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 전작들의 느낌만 기억하고 이 책을 고르게 된다면, 크게 실망할 수 도 있다.

이 글에서는 <온 세상이 비라면>의 줄거리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독자가 이 책과 그의 전작 느낌을 직접 비교해보고, 예상 외의 반전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줄거리를 다루게 되면 영화 `식스센스`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 결말의 그 기막힌 반전을 말해버리는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이다.

책은 `호박(琥珀)속에`, `온 세상이 비라면`, `순환 불안`의 세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다른 내용의 조각이지만, 결국 이들은 한 가지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 그것에도 어두운 이면, 곧 악의가 있다는 것이다.

`호박(琥珀)속에` 의 주인공 소녀는 사랑을 알지 못하고, `온 세상이 비라면`의 주인공 소년은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자신이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순환 불안`의 주인공은 사랑을 찾아헤매지만 끝내 자신의 사랑을 찾지 못한다.

또 이들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 어둡고 축축하고 눅눅한 `온 세상이 비`인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유일한 출구라고 생각한 것이 아마도 타인에게 주는 상처였을까.

고대 이집트 신화를 보면 사랑의 여신 하토르는 라의 명령에 따라 분노의 여신 세크메트로 화하여 태양신 라에게 반역한 인간들을 무참하게 학살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말 사랑이란 감정이 변하게 되면 오히려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작하는 연인들은 사랑의 밝은 면을 보고 기뻐하다가 결국 헤어질 때쯤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 하나씩을 남기고 헤어지게 된다. 이치카와 다쿠지는 아마도 이런한 현실을 이 소설 <온 세상이 비라면>을 통해서 나타낸 것 같다.

(그림 = G. 하비 작품 `붉은 광장에 내리는 부슬비` 1996) [북데일리 시민기자 김인숙] shoo78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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