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지혜 `얼굴 좀 두꺼우면 어때`
어머니의 지혜 `얼굴 좀 두꺼우면 어때`
  • 북데일리
  • 승인 2005.08.0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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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왕별희’로 199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떨친 첸 카이거 감독. 두 남자의 우정과 동성애를 그린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국공내전, 반우파 운동, 문화혁명 등 중국현대사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거장다운 영상미학을 펼쳐보여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2002년 그의 전작들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나온 영화 ‘투게더(Together)’는 김혜리가 대학교수 부인역으로 출연했고 한국스텝들이 참여해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부성애’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에 대해 당시 평론가들은 `뻔한 이야기로 신파를 자극한다`, `감동을 자아냈다` 등 양분된 의견을 내놓았고 이런 논란이 화제가 돼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제 아들을 꼭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 겁니다”

각종 지역 대회의 상을 휩쓸던 아들을 좀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가난한 아버지가 던진 이 한마디는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아들을 바이올리니스트로 키우고 싶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투게더’의 아버지처럼 실제로 아들을 피아니스트로 키워내기 위해 애절한 사연을 품은 한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의 편지’(2005. 넥서스)는 내용이 뻔한 자녀교육 지침서나 감동섞인 사연을 엮어펴낸 책들과 구별된다. 2004년 중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 셀러에 오르면서 각종 추천 도서목록에 선정되기도 한 이 책은 ‘모성애’라는 고전적인 주제에 기대고 있지만 논픽션이라는 점이 13억 중국인을 감동시켰다.

유학생 아들에게 보낸 무수한 편지를 책으로 엮어낸 주인공 우장훙은 중국의 가난한 공장노동자였다. 고졸 학력에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이혼하고 생계가 어려운 형편에서도 피아니스트의 꿈을 가진 아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어머니다.

우장훙은 열여섯에 유학보낸 아들의 학자금 때문에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여느 어머니와 특별히 다를 것 없다. 그러나 그녀를 세상에 알린 것은 고된 생활 속에서도 매주 한통씩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 담긴 편지를 아들에게 보냈다는 점이다. 이것도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이 특별하게 된 이유는 결과가 말해준다.

감수성 예민한 시기의 아들이 정신적으로 엇나갈까 염려하는 모성의 간절함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얻은 뜻깊은 이야기들을 스크랩하고 편지에 동봉해 보냈다. 어머니의 이런 `정성`은 좌절에 직면한 아들을 조금씩 강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자양분 역할을 했다. 이것이 `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52가지 삶의 지혜`다.

`당신을 도와준 사람이 다시 당신을 돕는다` `매일 조금씩 위험을 무릅써라` `자신을 벼랑 끝에 세워라` `얼굴 좀 두꺼우면 어떠랴` `순풍에 돛 단 듯한 인생은 없다` `상대방을 위로하는 열 가지 원칙` `상처입은 나무가 단단하다` 등 어머니가 전수하는 지혜는 `공자님 말씀` 보다 쉽게 가슴에 와 닿는다.

형편상 자주 찾지 못하고 넉넉한 용돈 한번 건네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어머니를 자극해 더 부지런히 편지를 쓰게 만들었지만 아들은 소중한 글을 통해 꿈을 잃지 않고 힘과 용기를 얻었다.

출간되자마자 ‘전국청소년이 좋아하는 100종 우수도서’ ‘우수교육도서 추천목록’에 선정됐고 이 베스트셀러로 유명해진 우장훙은 현재 가정교육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영화 ‘투게더’의 아들 샤오천은 바이올리니스트로 성공했는지 그려지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노래’의 아들 우춘은 현재 독일 하노버음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중국에서 온 음악 천재’ ‘최우수 중국 유학생’ 이라는 명성을 안고 국제적인 피아노콩쿠르에서 15차례나 수상한 그는 2003년 21세이 나이로 ‘스비아토슬라브리히터 국제 청소년 피아노콩쿠르’의 평가위원을 맡기도 했다.[북데일리 송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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