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 "박정희 탓? 이데올로기 탓!"
경제문제 "박정희 탓? 이데올로기 탓!"
  • 북데일리
  • 승인 2006.08.0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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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와 국민대 정승일 교수가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한 <쾌도난마 한국경제>(부키. 2005)는 흥미로운 대담집이다.

출간 당시 외환위기 이래 발생한 일련의 경제적 문제가 박정희의 경제 개발 노선 때문이 아님에도 "모든 문제는 박정희 탓"이라는 주장을 비판하고 “재벌을 해체하고 독립 기업이 등장하면 민주적인 노사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책의 화두가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 경제의 문제는 경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있다”는 ‘위험한’ 결론이 눈길을 끈다.

‘자유 민주주의’라는 애매모호한 단어 때문에 자유주의가 마치 민주주의인 것처럼 사람들을 혼동 시켰고, 그 결과 자유주의에 기반한 시장주의마저 민주주의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면서 오늘날의 위기가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들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그런 장 교수의 복잡한 심정을 다음과 같이 대변한다.

“MBC에서 방영된 ‘제5공화국’에 묘사되는 피비린내 나는 탄압과 죽음의 공포가 동반한 실존 철학적 고뇌 속에서 간절히 민주주의를 염원했던 이들의 한 사람이 이제 와서 그 일부라고는 하지만 박정희 체제를, 그것도 경제발전 방식을 칭찬한다는 것은 변절이거나 아니면 지독한 아이러니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해하게 되리라고 믿는 것처럼, 나와 장하준 박사는 결코 양심 배반의 죄를 범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문제는 양심이 아니라 인식이다. 역사와 사회, 경제와 정치에 대한 냉혹한 인식과 지각이 오히려 중요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문제는 변절이 아니라 아이러니, 그것도 지독한 논리적, 역사적 아이러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

“장하준 박사와 나의 주장은 명확하다. 박정희 체제가 경제 발전에 성공한 이유는 독재(즉 반민주주의)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비(非)자유주의적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긍정하는 점은 그 비자유주의적 측면이지, 반(反)민주주의적 측면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비판 역시 경제, 사회, 노동, 복지 등의 개혁 정책에서 나타나는 그 자유주의적 측면일 뿐 정치, 외교, 국방, 사법 분야에서의 개혁 정책에 나타나는 그 민주주의적 측면이 결코 아니다”

장 교수는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구체적으로 피력하며 신자유주의자들이 공병호의 <10년 후 한국>(해냄. 2004)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개혁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으로는 노동 시장의 기능적 유연화를 통한 경쟁력 업그레이드, 적극적으로는 자본과 노동의 대타협의 모색과 같은 비(非)자유주의적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한국 경제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장 교수는 서문을 대신한 글에서 “이 책이 왜 본인이나 정승일 박사 같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오해를 사고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한국 경제,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 대해 ‘복잡한’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의문을 해소하는 데, 그리고 원컨대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할 뿐”이라고 전했다.

[북데일리 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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