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최승우 기자] 지난 5월 취임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반도체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며 사내 구성원을 상대로 처음으로 공식적인 메시지를 냈다.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1일 오후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지금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메시지를 올렸다.
작년 반도체 사업에서 15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전날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439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462.29% 증가하고, 매출은 74조683억 원으로 23.4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는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으로, DS 부문은 매출 28조5600 원, 영업이익 6조45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 부회장은 “2분기에 실적이 개선된 것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이 아닌,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 부회장은 부서간 소통의 벽,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만 반영된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 확산 등을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반도체 조직 문화(C.O.R.E)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C.O.R.E’는 ▲문제 해결·조직 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의미다.
전 부회장은 “리더 간, 부서 간 소통을 강화해 소통의 벽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하며 투명하게 드러내서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 축적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 부회장은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 달래기에도 나섰다. DS 부문 구성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달 8일부터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전 부회장은 “당초 공지된 내용은 경영계획 목표 영업이익 11조5000억 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3%지만,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당초 예상보다 OPI 지급률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S 부문은 상반기에 8조4000억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차세대 HBM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5세대인 HBM3E를 본격 양산, 실적이 더 개선될 전망이다.
전 부회장은 “부문장인 나부터 솔선수범해 조속히 경쟁력을 회복하고 더 나은 경영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경영진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며 “2024년 하반기를 DS 부문에 다시 없을 기회로 만들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