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자율성 방점…상장사는 "보고서 통합 노력해달라"
밸류업 자율성 방점…상장사는 "보고서 통합 노력해달라"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4.05.02 2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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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거래소 유튜브 캡처
사진=한국거래소 유튜브 캡처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토대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가이드라인(안)'이 잠정 공개됐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도 기업 참여를 유도할 핵심적 유인책이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기업 측에선 "부담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2일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과 해설서를 공개했다. 최종안은 시장참여자 등 최종 수렴을 거쳐 이달 중 확정 발표한다. 

특히 이날 공개된 가이드라인이 '쪼개기 상장'과 '터널링'에 제동이 걸릴지도 주목받고 있다.

터널링은 회사 지하에 터널을 뚫어 회사 재산을 빼돌린다는 학술용어로 상장사의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비상장 개인회사로 기업의 이익을 내부거래를 통해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너 일가의 이 같은 사적 행위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훼손한다.

김현정 JP모건 주식부문대표는 "한국은 400대 기업 중 18%의 기업들에 한해 ROE(자기자본이익률)가 COE(주주자본비용)보다 높게 집계된다. 일본, 유럽, 미국의 경우 그 비중이 무려 50에서 80%로 올라간다. 즉 한국 대비 자기자본수익률이 비용보다 높은 리딩 기업들이 3배 이상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왕겸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자율공시인만큼 전반적으로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가 있다"며 "이사회의 책임 혹은 승인과 결정 사항에 대한 내용들을 충분히 좀 설명을 하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상장기업 측에선 '상당한 부담감'을 언급하기도 했다. 

천기성 CJ제일제당 재경실 부사장은 "결국은 기업 이익을 재투자할 것인가 주주환원할 것인가 이런 문제"라며 "궁극적으로는 기업 성장으로 전체적인 가치가 커지게 되면 주주에게 결실이 돌아간다고 믿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세부 내용은 업종별로 세분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금융업이나 지주회사 같이 설비투자가 없는 업종과 달리 제조업은 유지보수, 신규 증설 투자들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부분이고, CJ제일재당은 식음료 업계 최초로 분기배당을 실시 중이며 과거대비 계속 주주환원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실무적으로도 최근 IR 인력 부족 현상이 있고, 기업의 공시 부담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천 부사장은 "기업 입장에선 사업보고서 연간 4번 공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그리고 2026년부터는 ESG공시가 있다"며 "여기에 더불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또 공시하고 평가받고 이런 거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보고서들을 좀 통합해 주시는 노력을 해주셨으면 감사드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상장공시시스템의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 제공하는 화면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유튜브 캡처

코스닥 기업에서는 물적, 인적 자원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대비 상당히 작은 편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평가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참여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경영기획실장은 "저희는 코스닥 기업으로서 사실은 지금 많이 초점이 맞춰진 저PER(주가수익비율),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강제성, 반 강제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과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 구분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코스닥기업은 도전적인 시장에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모험적인 기업들이 많이 있다. 유보금이 아니라 이제 주주환원을 공격적으로 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눈높이에 맞는 평가를 해주신다면 조금 더 부담감을 덜고 참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산업별 특성에 맞는 지표 등 비교군을 나누고 평가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증권사의 커버리지에 해당되지 않아 투자 리포트, 투자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며 "코스닥 기업에 대한 증권사 또는 한국IR협의회 리서치 쪽에서 커버를 좀 더 늘려주시면 기업제고 노력과 함께 소통도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들에게 건전한 시장 압력을 유도해 진정성 있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유도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 모든 상장사가 공시에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주인-대리인 문제에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하트, 홈스트롬 교수가 계약이론에 기초해서 제시한 세 가지 방법은 정보 비대칭 완화, 적절한 인센티브 제시, 페널티 부여인데 오늘 유관기관 합동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는 이 세가지 해법이 충실히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엄격한 페널티가 없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선 "경제 매커니즘에서 어찌 보면 가장 세련되고 비용 효율적인 패널티가 건전한 피어 프레셔를 통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행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밸류업 방안이 주주자본의 중요성을 부각한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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