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부분이 안전 인력·시스템 확보 못 해
응답 기업 40% '나몰라라'
"관련 법 방대하고 인력·비용 부담에 어려움"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지방에서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명 이상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거나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올 경우 최대 징역형에 처하는 법 적용 탓이다. A씨는 "대다수 소기업은 대표자에 의해 운영되는 ‘원맨컴퍼니’라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해나갈 수 없어 사실상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준비 기간을 추가로 부여해야한다”라고 호소했다.
오는 2024년 1월 전면 시행이 예고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표 1인이 운영하는 소기업들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를 한 차례 더 연장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근로자가 일하다 숨지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지역상공회의소 22곳과 함께 50인 미만 회원 업체 6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9.9%가 내년 1월 26일까지인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중대재해법 대응 조치를 완료한 기업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2.6%에 그쳤다.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기업도 39.6%에 달했다. 안전 보건 업무 담당 부서를 설치한 기업은 7.2%에 불과했다. 아예 부서가 없는 사업체도 29.8%에 달했다. 5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하는 전면 시행을 두 달여 앞둔 상황이지만 소수의 기업만이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 수는 771만4000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했다.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733만5000개)과 소기업(26만7000개)이다. 중견기업과 대기업 대비 사업 규모가 작아 안전 관리 인력이나 시스템을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관련 법의 어려움이다. 응답 중소기업의 과반인 53.7%가 관련 법의 양이 방대해 대처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안전 관리 인력 확보(51.8%) ▲과도한 비용 부담 발생(42.4%) 등으로 답했다.
한 중소 제조 업체 사장 B씨는 “안전 관련법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 어디서부터 챙겨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법 대응 사항에 대해 정부에서 무료 점검과 지도에 나서주고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정책적인 지원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50인 미만 기업 내에서도 규모가 작을수록 재해사고 사망자 수 편차가 큰 상황”이라며 “법 적용을 추가 유예하고 그 기간 중소기업들이 안전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예방 중심 법 체계로 바꾸는 법령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