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신문팔이` 호외씨의 희망메시지
`파리의 신문팔이` 호외씨의 희망메시지
  • 북데일리
  • 승인 2006.07.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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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요, 호외! 특종이예요!>

“호외요, 호외!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났어요!”

`파리의 마지막 신문팔이` 알리 아크바르(53. 사진). 오늘도 그는 도시의 골목골목과 거리를 습격하고 질주해가며 ‘폐 속 가득 울리는 목소리로 외친다.’

“손님들을 끌기 위해 그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그것은 내 별명이, 호칭이 되었다. 생 제르망 데 프레 지역(파리 6구,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가 있는 지역)은 나의 왕국이다. 그곳에 나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있다.”

이제는 엄연히 그의 호칭이 되어버린 호외라는 이름은 매일 자신을 기다리는 손님들 곁으로 다가가기 위한 인사이자 신문을 파는 즐거움이다. 그가 건네는 관심과 따뜻한 인사는 타인과의 혹은 타국에서의 소통의 부재를 좁혀나간다.

“신문을 한 부라도 더 팔기 위해 르몽드 지의 특종 기사 제목을 스스로 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발한 제목을 “호외요, 호외!”라는 말로 시작하게 되었다.

첫 호외 제목은 어느 카페 앞을 어슬렁거리다가 생각해 냈다. 나는 손님들의 주의를 끌고 놀라움을 안겨 주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 내는 특정 기사들은 손님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웃게 만들며, 신문을 사기 위해 나를 기다리게 만든다.”

매일 아침 “호외요! 호외”를 외치며 르몽드 지의 특종 기사를 지어내는 이, 그는 매일의 헤드라인 기사를 상상하며 인생에서 만나는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들을 그린다. 그 너머엔 매일 아침 그와 만나는 이들을 위해 혹은 거리의 웃음을 번지기 위해, 신문의 헤드라인을 상상하고, 꿈을 노래하고, 작지만 큰 인간애를 만들어내는 그, 알리 아크바르가 있다.

그리고 `파리의 신문팔이` 알리 아크바르는 책 <세상은 나를 울게 하고, 나는 세상을 웃게 한다>(조화로운삶. 2006)를 펴냈다.

세상은 나를 울게 하고...

“나는 신문 파는 일을 좋아한다. 그 일이 소중한 자유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 파는 일이 언제나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평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삶이 그렇듯이 온갖 어려운 상황들이 밀려왔다.”

그의 삶에 일어난 일련의 기록들에는 소외된 이들의 풍경이 있다. 난민촌, 불법 체류자, 노숙자, 인종차별, 자폐증에 걸린 그의 아들 쉐헤리야르 ... 화려하고 자유로운 이면에 감추어진 그들의 닫힌 모습은 삶의 면면에 반영된다. 불법 체류자, 실향민, 혼혈아 ... 그들의 아픔은 결코 멀지 않은, 우리네 익숙하지만 잊고 지낸 모습들이기도 하다.

“큰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40년 전의 나는 파키스탄에서 맨발로 라왈핀디(파키스탄 북부의 군사 도시)라는 작은 도시의 먼지 이는 골목길들을 걸어다녔다. 그곳에서 배고픔과 가난을 알았고, 그것들이 나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꿈을 갖기에 그의 땅은 너무도 가난했다. 가혹한 노동, 폭행, 신분의 차별, 가난함과 배고픔, 사회적 불평등, 정치적 부패의 혼란함에 이르기까지. 그의 아버지가 가난 때문에 잃고 지내온 과거의 시간들은 그의 자식들에게까지도 전유물처럼 이어졌다. 가난을 숙명처럼 짊고 태어난 듯 그 끈은 되 물림될 수밖에 없었다.

“만일 내 나라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그것은 나라를 떠난 것에 대한 슬픔, 실향의 아픔일 것이다. 그곳에서 숨 쉬는 공기는 아무런 기쁨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나라의 경제적인 형편이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인 불평등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예전의 나처럼 길에서 사는 가난한 아이들, 수많은 걸인들, 배고프고 고통스러운 그 육신들...그리고 오로지 외길을 걷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전통의 감옥에 갇혀 있는 여자들이 내 발목을 잡는 것이다. 굳이 정치적인 부패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렇듯 그에게 각인된 유년의 기억은 가난과 억눌림의 고통으로 얼룩져 있지만, 지울 수 없이 남겨진 어머니의 땅에 대한 망향은 쓸쓸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고향을 떠나 먼 항해 끝에 도착한 프랑스에서의 삶 또한 순탄치는 않았다. 늘 그의 일부엔 망명의 아픔과 존재의 부재가 섞여 있었다. 그들에게는 늘 피부색은 중요했고, 여전히 남아있는 섞일 수 없는 본질의 문제였다. 환상은 이미 저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그가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을지라도 그 곳이 그가 빛을 찾을 이유가 되기에, 그가 희망을 노래하고 꿈꿀 수 있기에, 가족의 뿌리가 내려진 곳이기에 축복의 땅이 된다.

나는 세상을 웃게 한다...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 좋아지지 않았다면 아직 마지막이 아니다.”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할 수 있었던 것일까, 역자 후기에 남겨진 저자와의 인터뷰에 비친 그의 보이지 않는 웃음이 도시 전체로 번져가는 듯 하다.

p.s. "2006년 3월 현재 52세의 알리 아크바르 씨는 여전히 파리 중심가 생 제르망 데 프레 거리의 유명 식당과 카페들을 돌며 르몽드지를 팔고 있다. 토요일 오후와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일요일에는 자신의 저서 <세상은 나를 울게 하고 나는 세상을 웃게 한다>를 들고 다니며 직접 판매한다. 그의 손으로 판 책만 해도 현재까지 5,000부가 넘는다. 책 발간으로 르몽드지를 비롯해 수많은 신문에 그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방송 출연이 이어졌다.”

[북데일리 이주연 시민기자] white_youn@lycos.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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