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되살아난 '포니'…현대차 수출보국의 시작
50년 만에 되살아난 '포니'…현대차 수출보국의 시작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3.05.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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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현대 리유니온' 행사서 복원 모델 공개
초기 모델 디자이너와 협업해
'달리는 국기'…한국 이름 널리 알린 차량
사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포니 쿠페 복원 차량 앞에서 기념 촬영을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현대자동차가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공개했다. 지난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초기 모델을 선보인 뒤 50년 만에 같은 곳을 찾으면서 의미를 더했다. 반세기 만에 재탄생한 포니는 현대차의 '수출보국' 중심에 있는 차량으로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 '포니'에서 롤링랩 'N 비전 74'까지

현대차가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공개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되살린 콘셉트카다. 현대차는1970년대 당시 포니와 포니 쿠페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그의 아들인 파브리지오 주지아로와 협업해 포니 쿠페 콘셉트에 숨을 불어넣었다.

포니 쿠페는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떠올리게 하는 기하학적 선의 조합으로 1974년 공개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내 공간은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대시보드가 어느 차에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레이아웃을 지녔다. 특히 대시보드와 실내 트림 색상을 분리한 점은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세련된 감성을 선사한다.

포니 쿠페에는 당시 선진국 진출을 위해 스포츠카에 도전한 정주영 현대자동차 선대회장의 담대함과 혁신 정신이 담겼다. 오늘날 현대차가 고성능 수소전기차 분야를 개척하고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 발돋움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현대차가 지난해 7월 공개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의 디자인 역시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고 중장기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정주영 선대회장 담대함 결과물…車산업 견인차 역할

'포니'의 역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주영 선대회장은 앞서 진행한 포드와의 합작사 설립 협상이 결렬되면서 독자생산을 결심한다. 타사 모델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고유한 디자인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 정 선대회장은 유럽 곳곳을 수소문한 끝에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이탈 디자인'에 디자인 설계를 맡겼다. 당시 이탈 디자인은 신생 회사였고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30대의 젊은 나이였다. 그는 피아트의 다양한 차종과 독일의 국민차 폭스바겐 '골프'를 디자인한 인물로 유명했다. 정 선대회장은 그가 여러 가능성을 지녔다고 판단, 투자를 결심하고 120만달러를 투입한다. '포니'의 DNA가 탄생하던 순간이었다.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과 유산을 계승한 'N 비전 74' (사진=현대자동차)

3년 후인 1974년 10월 30일 마침내 '포니'가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토리노 모터쇼는 가장 큰 규모와 권위를 자랑했다. 16개국에서 65개 회사가 245대의 차량을 출품할 정도였다. 관람객만 70만명에 달했다. 당시만해도 낯선 변방의 국가였던 한국이, 그것도 최초로 선보이는 양산형 모델이라는 타이틀은 세계인의 눈을 포니에 쏠리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오일 쇼크에 따른 소형차 선호 트렌드까지 겹치면서 포니는 단숨에 주목받았다.

포니는 국내 자동차 역사의 전환점으로 꼽힌다. 당시 걸음마 수준이던 국내 승용차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음은 물론 자동차를 주력 수출 품목으로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976년 2월 중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현대건설에 15대의 포니를 시험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에콰도르 5대, 중동·중남미·아프리카에 1019대를 수출했다. 이듬해에는 30여개국 7427대, 1978년에는 1만8317대를 40개국에 보냈다. 수출 지역은 아시아, 유럽 등 60개국으로 확대됐다. 1985년에는 글로벌 최대 자동차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 발을 디뎠다. 포니는 '달리는 국기' 역할을 하면서 현대차가 오늘날 다양한 라인업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데 중요한 초석을 마련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0년대 열악한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심지어 항공기까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독자적인 한국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했다"며 "이탈리아, 한국을 비롯해 포니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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