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꽝` 17세, 인기`짱`으로 사는 법
공부`꽝` 17세, 인기`짱`으로 사는 법
  • 북데일리
  • 승인 2005.07.29 0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기 빼면 시체인 사람들이 있다. 연예인이 그렇다. 인기는 김빠진 맥주처럼 사라져 시들어버린다. CF 퀸이었던 탤런트 A씨, 은막의 트로이카로 불렸던 배우 B씨, 청춘스타였던 가수 C씨가 대표적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스타가 되었다는 그들의 말마따나 ‘인기’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가, 어느 날 갑자기 ‘빠’부대의 외면을 받는다.

여기 스타도 아닌 것이 ‘인기 없음’을 두려워하는 ‘고딩’이 있다. ‘나는 공부를 못해’(2004. 작가정신)의 열혈남아 도키다 히데미가 그 주인공. 야마다 에이미(山田詠美. 사진)의 연작인 ‘나는 공부를 못해’는 고등학생의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전교 1등인 시게루가 “너는 공부를 못하잖아”라며 비아냥거려도 히데미는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공부를 못해. 하지만 너는 인기가 없잖아.”

어른(사회)의 기준으로 볼 때 히데미는 문제아다. 자습 시간에 하모니카를 시끄럽게 분다거나 국어 시간엔 어미변화를 큰소리로 따라하는 아이들이 우습다며 배를 잡고 깔깔거리고 공예 시간엔 점토로 남자의 성기를 만들어 ‘딴짓’을 하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학생이다.

그렇다고 히데미의 되먹지(?) 못한 행동이 불쾌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오히려 한 입 가득 수박을 베워 문 것처럼 시원하고 개운하다. 머릿속에 고상한 지식을 주입받아 숨이 막힐 것 같은 친구들에겐 더욱 더 그렇다.

어느 날 등교를 하다가 죽어있는 참새를 발견한 히데미. 아스팔트 위에 그대로 두면 차에 치일 것 같아 두 손으로 감싸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죽은 참새를 본 오쿠무라 담임은 “수업을 할 수 없으니 지금 당장 운동장 구석에 버리고 오라”고 말한다. ‘살아있는 것이 물건처럼 변해 길가에 버려져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히데미는 연못 옆 잔디밭에 참새를 놓아두고 교실로 들어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선생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건 매우 좋은 일이야. 히데미.”

‘어른이 된다는 건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시키지 않아도 될 영역을 알게 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책 속에 나오는 어른들은 늘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 차있고 허위와 권위의식만 앞세운다. 히데미에게 어른은 모순덩어리이다.

죽은 참새를 들고 온 이유도 ‘죽음’이라는 것에 히데미의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수업에 방해가 되니 내다 버리라는 선생의 머릿속엔 ‘동물을 사랑하는 건 매우 좋은 일’일 뿐이다. 히데미가 몸으로 체감하는 현실을 어찌 오쿠무라 선생의 머리로 따라 잡을 수 있을까. 언제나, 두통은 고상한 고뇌를 초월하기 마련이다.

‘아버지가 없으니까 그렇지’라는 세상의 모든 편견과 허울을 깨부수기 위해 돌진하는 히데미. 너무나 솔직하고 유쾌하고 담백해 멋지다, 멋지다, 멋지다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나는 열일곱 살. 미리 말해두는데, 난 공부를 못해.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보다 멋지고 중요한 일이 많다고 생각해.”

(사진=연예인의 인기도를 알 수 있는 SBS 스타파크 스타랭크. 책 표지, 작가정신 제공)[북데일리 백민호 기자] mino@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