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한일 출신 구분 느껴, 투명하고 객관적 인사로 접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30일 "공개적으로 증권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천명한다"며 우리금융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증권사 인수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 개설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증권사) 신설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기존에 있던 경쟁력 있는 조직을 M&A(인수합병) 하는 게 훨씬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처럼 M&A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현 NH농협금융의 현 효자 증권사가 된 옛 우리투자증권의 인수 과정을 총괄한 바 있다.
현재 우리금융에게 있어 증권사 인수는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증권사가 없는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임 회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인수 제안을 받은 곳은 없다"며 "그래서 시장상황을 적극적으로 지켜보면서 증권사 처분을 원하거나 혹은 저희하고 협상할 여지가 있는 곳이 나타나면 당연히 기꺼이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금융 내부의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의 파벌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는 외부에서 온 만큼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인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이후 20여년이 흘렀지만 경영진 인사 때마다 두 은행 출신이 경합하면서 상업·한일 출신 간 파벌 싸움이 지속됐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임 회장은 "제가 느껴도 상업·한일 출신 구분이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인사를 투명하고 객관적이게 하면 되지 않을까. 결국 인사의 문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사를 투명하게 하고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뭘까, 이게 우리 조직문화를 새롭게 하는 것에 있어 아주 중요한 어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제가 합병시킬 때에 비하면 (파벌 문화가) 굉장히 옅어졌다. 제가 과장(임 회장은 행정고시 24회로 약 30년간 공직에 몸담아,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으로 근무할 때)으로 합병을 담당했었다. 그때는 뭐 대단한 싸움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이제는 20여 년이 지났는데 많이 희석이 됐으리라 생각하고 또 통합세대들이 올라오니까 점차 없어지리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금융그룹 직원) 1만 3천여명 중에 고위직급에 한 2천여명이 남아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