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금통위원 "은행 쿠르노 과점, 비슷하면 더 있어봤자"
신성환 금통위원 "은행 쿠르노 과점, 비슷하면 더 있어봤자"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3.27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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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 과점적 이익 향유 절실함 없음 산업구조
문제의식 속 설립된 인뱅 5년, 차별화 혁신 선도해야
인뱅도 기존 은행과 같은 영업 행태면 도입 취지 무색
美 SVB 사태도 타산지석, 당국도 규제개선 살피는 중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뱅크 5주년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은행 과점 시장 대안으로 강조한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의 ‘초심’이다.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 기반 금융 서비스의 혁신을 선도하는 한편 데이터 기반기술 평가능력 제고 노력을 통해 중저신용자와 혁신산업 대출 등 기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간과한 영역에서 인뱅이 차별화 된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쿠르노 과점 시장과 게으른 소비자 

신성환 한은 금통위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뱅크 5주년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은행산업은 쿠르노 과점시장 특성을 가지고 있고, 5년 전에도 현시점과 비슷한 문제의식 속에 기존 은행과 완전히 차별화 된 형태의 은행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신 금통위원은 "쿠르노 과점시장이라는 것은 최근의 얘기가 아니고 한 150년 전에 나온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한된 숫자의 경쟁사들이 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산의사 결정을 감안해 각자의 생산량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시장가격 즉 모든 경쟁자가 만족하는(내쉬균형)에 도달한다는 매우 딱딱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제한된 숫자의 은행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 제한된 숫자의 은행들은 '이심전심'으로 가격(금리) 경쟁을 하지 않고 시장을 적절히 분할을 해 경영을 하는 것이 스스로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신성환 한은 금통위원은 "일부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 특히 주택담보대출이나 이런 것들은 거의 상품과 비견될 정도의 동질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왼쪽 뒷줄 첫번째)김영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왼쪽 앞줄)서호성 케이뱅크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는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24년만인 2016년 말 은행 신설인가를 받음.(사진=화이트페이퍼) 

그러면서 “혁신, 비용절감 등은 결국 모든 기업이 생존의 위협을 받을 때 가속화되는 것들인데 과점 이익을 향유하는 상황에서 혁신에 대한 고민도 별로 부족하고 비용절감에 대한 압박감도 적고 도대체 이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인뱅 도입 논의) 그 당시와 아마 지금도 아마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게으른’ 소비자도 은행 산업이 과점 특성을 보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현실에서 대부분 소비자는 약간의 금리 차에는 상당히 무관심하고, 예를 들어 A은행이 1%, B은행이 1.2%의 금리를 각각 제시한다고 했을 때 현실에서 B은행으로 갈아타려는 결정 조차 쉬운 일은 아니며 따라서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신 금통위원은 "이건 우리나라 뿐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들 즉 개인도 기업도 그렇다"며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금융 서비스가 굉장히 복잡한 것도 있고 금리체계나 우대 금리도 있고 뿐만 아니라 은행을 교체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수반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에 은행들이 거의 동일한 수준의 예금·대출금리를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 과점 부분 경쟁을 통해서 해결?…쉽지 않다 

다만, 그는 은행이 향유하는 과점적 예대마진 부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춰서 완전 경쟁에 가까운 형태로 은행 산업을 재편하는 것은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 금통위원은 "경쟁을 통해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이 부분은 규제당국의 이익에 대한 가이드라인, 특히 차별화되지 않은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는 결국 은행의 적정 이익에 대한 규제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미국에서 벌어지는 지역은행의 부실화 상황을 보면 쉽게 알 수가 있듯, 은행산업의 불안정성이 금융시장 및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완전 경쟁 형태의 은행 산업은 경제에 굉장히 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은행(이하 인뱅) 5주년 기념 토론회'。 (사진=화이트페이퍼)
27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은행(이하 인뱅) 5주년 기념 토론회'。 (사진=화이트페이퍼)

특히 "5년 전 인뱅 도입 논의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논의가 있었지만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일 것 같다는 시각에서 인뱅 설립으로 결론이 나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덧붙여 중·저신용자와 혁신산업 대출 등 기존 은행 산업에서 소외됐던 고객 대상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위원은 ”한 가지 더 욕심을 낸다면  향후에는 실물 자산에 대한 여러 가지 청구권이 토큰화되는 형태로 나타나면서 네트워크에서 거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금융거래 인프라 구축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비슷한 형태의 영업을 할 경우 인뱅의 도입 취지도 무색해진다"고 강조했다. 

■ 폰 뱅크런 원인 살펴야, 당국도 개선방향 검토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언급하며, 국내 인터넷 은행이 유의해야 할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SVB 사태는 은행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할 때 중소형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을 소개하면서 "금리 인상기에 대형 은행의 예금은 잘 움직이지 않는 특성이 있었다"면서 "4700여개 중소형 은행들은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사업을 제한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가계대출에 치중된 인터넷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측면에서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 대출에 있어서 활성화하는데 규제 개선을 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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