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글로벌화 육성 모색…증권사 "IB 업무 범위 너무 좁아"
금융산업 글로벌화 육성 모색…증권사 "IB 업무 범위 너무 좁아"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3.15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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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
해외 IB, 한국형 IB 전략 많은 차이…전향적 도움 요청
14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산업의 글로벌화 지원을 위한 업권별 릴레이 세미나 일환으로 자본시장 업권부터 학계, 연구원, 업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1차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증권업계는 겸영화 대응을 위한 업무의 범위 확대, 고부가가치 금융투자업 육성 등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전향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 "자본 20조원 만들 유인 있어야"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의 패널토론에 참석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등 증권업계가 글로벌 경쟁력과 모험자본 공급 본연의 역할 등을 강화하려면 제도 개선 등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림 사장은 IB 업무 범위 확대를 비롯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법안의 조속한 통과 ▲산업은행 등 정책기관이 신흥국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시 IB 업무 진출을 위한 협조 지원 ▲외환시장 구조 선진화 방안 및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감 ▲탄소배출권 상품 리스크 헷지를 위한 선물시장 조성 ▲토큰 증권(STO) 금융사 문호 확대 등을 언급했다. 

박 사장은 "IB는 정말 자본력의 싸움이어서 대형화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대형 IB 자본금이 150조원, 일본 노무라가 30조원, 한국은 초대형 IB라고 해도 5~9조원으로 차이가 현격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보니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부가가치 성격의 IB 업무보다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ELS(주가연계증권), 헤지 운용, 브로커리지 쪽에 아직도 집중돼 있다"고 국내 증권업황을 진단했다. 

덩치가 큰 글로벌 IB들이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높은 한편, 국내 증권업계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업무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자본을 20조원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인을 (당국에서) 줄 필요가 있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업무 범위에서는 아무리 잘 하고 열심히 해도 (이익) 3조원을 만들 수 있는 증권사가 아닌 이상 idle한 자본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문제점을 말했다. 

(자료=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제발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도입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종투사를 중심으로 자기자본(2.2배), 순영업수익(4배) 등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2021년 기준 국내 9개 종투사를 포함한 42개 IB 중 자기자본 순위는 32위, 1곳을 빼면 최하위권으로 약 10년 전과 비교해 순위 변화가 없고 ECM(주식발행시장), DCM(채권발행시장), M&A(인수합병) 주관순위도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20위권, 80위권, 200위권으로 경쟁력이 다소 낮다. (자료=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제발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은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장기적·안정적 펀딩 확보를 위해 ▲금융투자업자가 투자한 모험자본의 자산을 가지고 담보대출 등을 유도한 것에 대해 레포(Repo)를 할 수 있는 시장의 형성 ▲안전판으로써 종투사가 발행하는 발행어음에 대한 예금자보호 적용 ▲안정적인 수익 다변화를 위한 대부업체나 2금융권에서 카드사와 캐피탈사도 하고 있는 개인 여신업무 허용 등을 제안했다.

장 사장은 "시장이 어려워지면 모험자본의 필요성이 증가하지만, 2020년 증권사 ELS 마진콜 사태, 2022년 부동산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문제 등 정작 필요한 시기엔 모험자본을 공급하지를 못 하고 좀 더 심한 경우 증권사 자체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반복돼왔다"며 "이러한 점을 극복해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에 비춰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자금의 빠른 스마트폰 인출, 부동산 PF 위기 관련 단기 펀딩을 통한 장기투자가 유동성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 사업인지 여실히 느꼈다"면서도 "모험자본 투자는 언제든지 손실을 볼 수 있어 기존의 비즈니스가 다변화되지 못 하면 그 손실을 감내하기 어렵고 이것이 투자행위를 많이 위축시킨다"고 덧붙였다. 

■ 해외 IB는 겸업화·차별화 대세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날 주제발표에서 과제 중 하나로 한국형 IB(전업 증권업-좁은 업무범위)의 업무 범위 확대를 꼽았다. 특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투자은행 부문 글로벌 톱 10 IB 순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업계 IB가 사라지고 겸업화가 대세로 자리매김한 상황으로 투자은행 및 그 외 사업부문에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IB 업무 범위 확대는 법인지급결제, 정부의 외국환제도 개선과 혁신금융 육성 정책에 맞춘 특화 외국환 은행, 특화 중소기업 여신 모델 등이 검토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법인지급결제를 통해 "기업의 현금 흐름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기업과의 관계형 금융 형성에 유리하다"며 "또한 근로자 연금 서비스, 퇴직연금 OCIO(외부위탁운용관리)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한국형 IB 등 비은행권이 은행의 본질적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SVB 파산 사례, 골드만삭스가 출시했던 디지털 소매은행 플랫폼 마커스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서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한편 비이자 수익 확대 차원에서 은행이 소비자 보호 강화 없이 (투자)일임업을 진출, 이를 통해 예금고객들에게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료=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제발표)

한편 금융위는 이날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향(1차) 세미나에 이어 4월부터 6월 초까지 글로벌 영역 확대 방안(2차), 뉴노멀 대응 전략(3차), 투자자 수익·편익 제고 방안(4차), 금융투자회사의 내부역량 강화(5차) 후속 세미나를 통해 학계, 연구원, 업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제도 개선방향을 적극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패널토론에서 "'자본시장 발전 비전 2023' 이런 것을 상반기 중 마련해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제도적인 개선 노력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축사를 통해 "이번 정부는 '한국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더 이상 공허한 구호로만 남겨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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