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슈터'가 뭐길래…게임업계가 주목하는 3가지 이유
'루트슈터'가 뭐길래…게임업계가 주목하는 3가지 이유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12.05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넥슨·엔씨에 라인게임즈·크래프톤도
내년 루트슈터 게임 봇물
15년 전'헬게이트 런던'이 시초
북미·유럽시장 특성·중국시장 불확실성 등 원인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신작 ‘LLL’ 인게임 플레이 영상 (사진=엔씨소프트)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루트슈터'로 불리는 독특한 장르의 게임 개발에 한창이다. 대형 게임사는 물론, 중견 게임 업체까지 이 장르의 게임을 새 먹거리로 삼은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게임 회사들의 눈이 북미·유럽으로 옮아 가면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중국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출량이 적었던 북미·유럽 시장의 인기 장르인 슈팅을 파고들겠다는 복안이다.

■ 넥슨·엔씨부터 라인게임즈·크래프톤까지 붙었다

올해 들어 게임 업계가 주목한 장르는 루트슈터(Looter Shooter)다. 루트슈터는 3인칭 슈팅 게임과 캐릭터를 육성하는 RPG의 요소가 결합된 장르다. 이용자는 슈팅 게임을 즐기면서 캐릭터를 강화해 나갈 수 있다.

5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루트슈터 장르 신작 ‘LLL’의 인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개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트리플 A급 신작으로 오픈월드의 높은 자유도와 전략적 요소가 특징이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는 사격, 이동, 탐색, 멀티플레이 등 슈팅 게임의 핵심 요소와 함께 서울을 배경으로 한 'LLL'의 스토리가 담겼다.

넥슨은 이보다 앞선 지난 10월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의 스팀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LLL’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인력이 집중된 트리플 A급 게임이다. 언리얼 엔진 5로 구현한 하이 퀄리티 비주얼, 액션성 넘치는 협동 슈팅, 지속 가능한 RPG가 핵심가치다. 앞서 넥슨은 9월과 8월 각각 '도쿄게임쇼 2022'와 '게임스컴 2022'에 '퍼스트 디센던트'를 출품하고 프로모션 영상을 공개했다. '퍼스트 디센던트'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게임으로 낙점한 셈이다.

이 밖에 라인게임즈와 크래프톤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루트슈터 게임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8월 '퀀텀 나이츠'를 게임스컴 2022에서 선보였고 크래프톤은 신작 '프로젝트 블랙 버짓'의 장르를 루트슈터로 확정했다.

■ 중국 의존도 높아…2020년 수출 3분의 1이 중국으로

게임 업계의 새 먹거리로 부상한 루트슈터는 국내에선 생소한 장르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개발자로 유명한 빌 로퍼가 2007년 선보인 '헬게이트 런던'을 루트슈터 게임의 시초로 본다.

국내 게임 회사들이 루트슈터 게임을 개척하려는 이유로는 세 가지 정도가 언급된다. 먼저 북미·유럽 시장 공략이다. 특히 슈팅 게임은 북미·유럽에서 소위 '먹히는' 장르다. 비디오 게임이라는 콘솔을 활용한 형태의 게임 문화가 일반적인 한편 가장 오래된 장르이기도 한 슈팅 게임이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사진=크래프톤
사진=크래프톤

이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욱 견고해졌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 따르면 소니의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는 미국 시장에서 2020년 4분기에만 100만대가 팔렸다. 콘진원은 "2020년 연말에 '플레이스테이션5' 출시를 앞두고 있어 판매가 저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콘솔에 대한 수요는 계속 높았다"라고 분석했다. PC·콘솔 게임보다 온라인 MMORPG 위주로 성장해온 국내 게임 시장은 해외에서 베트남과 대만, 태국, 필리핀 등 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활약했다. P2W(Play to Win) 게임의 특징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과금 형태가 시장에서 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콘진원이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게임사들이 수출한 게임의 국가별 비중은 중국이 35.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남아(19.8%), 대만(12.5%) 등으로 집계됐다. 유럽과 북미는 각각 8.3%, 11.2%에 그쳤다.

■ 시장 개척 활발…"자연스런 흐름"

두 번째는 북미·유럽의 낮은 RPG 선호도다. 특히 P2W 같은 형태의 게임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북미·유럽은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북미·유럽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에 돈을 써서 상대보다 우위에 선다는 것 자체를 정당하지 못한다고 여기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앞서 언급한 슈팅 게임의 높은 인지도 역시 한몫한다.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으로의 진출이 막혔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국 내 게임을 유통할 때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를 발급한다. 현재 이 판호 발급이 2016년 사드 배치로 인해 다음 해 촉발된 한한령으로 6년째 전무한 상태다. 지난달 22일 넷마블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는 중국 내 게임사가 제작하는 '내자 판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루트슈터 게임 개발은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게임사들이 북미·유럽으로 눈을 돌렸고 이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라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