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행 졸속 논란?…노조 "법적 책임 물을 것"
산은 부산행 졸속 논란?…노조 "법적 책임 물을 것"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1.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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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조합원 약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산은 이전 시도 규탄 기자회견. (사진=산은 노조)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본점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과 노조 간 '신속 VS 졸속' 구도로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산은 이사회가 오는 29일 조직개편안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은 노조는 안건을 철회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맞섰다. 

■ 29일 이사회…노조 "조직개편안 철회하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28일 오전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조합원 약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본점 이전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과 타당성에 대한 검증 없이 졸속 마련된 조직개편 이사회 안건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산은 노조는 강석훈 산은 회장과 이사회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산은 노조는 "만일 강석훈 회장이 노조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려 한다면 노조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사회를 저지함은 물론, 사내·사외이사 전원에 대한 배임, 직권남용 혐의 고소고발과 퇴진운동을 벌여 불법적 본점 꼼수 이전 기도를 반드시 분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산은은 29일(내일) 오후 예정된 산은 이사회에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 지역의 지원부서 포함 3개 부서를 신설하고, 본점 직원 100명이 부산 일대 지역으로 발령하는 등의 조직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 안에 따르면 현재의 중소중견금융부문과 부산경남지역본부는 각각 지역성장부문과 동남권지역본부로 명칭이 변경되고, 해양산업금융본부 산하에 해양산업금융2실이 신설된다. 관련 근무인원은 207명으로 54명 증원한다. 또 내년 1월 말부터는 산은 본점 직원 100여명을 이들 지역에 발령할 예정이다.

산은은 이미 부산에서 100명 규모 직원들을 수용하기 위한 사택 매입·임차 등을 위한 예산 수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은 노조는 이러한 사측의 움직임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직원과 국회를 충분히 설득하고 산은법 개정 이후에 본점을 이전하겠다는 강석훈 회장의 발언 취지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국회의 입법절차를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매년 1월에 하는 정기인사를 무리하게 12월로 앞당기는 점도 산은의 연내 지방이전 성과를 대통령실과 금융위에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노조는 꼬집었다. 

이날 회견에서 조윤승 산은 노조위원장은 "강 회장은 ‘국회 설득부터 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도 무시한 채 동남권 개발을 핑계로 꼼수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 소중한 자산인 산업은행의 경영효율성을 저해하는 배임 행위이자 ‘장거리 전직발령 시 노조 합의’라는 단체협약 요구안을 묵살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최근 산은 이사회 멤버인 사외이사 1인이 임기 7개월여를 남겨두고 돌연 사임한 것을 두고도 산은의 무리한 부산행 추진 탓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조한홍 산은 사외이사는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사진=산은 노조)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이전 시도 규탄 기자회견. (사진=산은 노조)

■ 강석훈 회장 "준비" VS 직원들 "정상적 절차"  

한편 산은이 본점 이전을 하려면 법이 개정돼야 한다. 현재 산은법 제4조 제1항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정하고 있다.

산은법 4조1항을 '부산광역시'나, '대한민국'으로 수정하는 등의 관련법 개정안은 표류 중이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결과 한국산업은행법과 관련된 개정안 3건은 모두 보류(계속 심사)됐다.

산은이 법 개정에 앞서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월 20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국감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의 부산 신사옥이 4000억원을 들여 45개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라는 '산은 부산 이전 추진계획'을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강석훈 산은 회장에게 "새 정부 출범 전인 지난 4월 부산시와 실무협의를 진행했다"며 "순서가 바뀌었다", "4000억 달하는 건립비용은 산은이 내는 지" 등을 물었다. 

또 김 의원은 "국회 패싱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확인하고자 한다"며 "(지역) 균형발전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부산을 위해서만 하는게 아니고 우리나라의 고른 금융산업 발전뿐 아니라 국책은행으로서 산은의 역할과 기능을 봐야하는 데 그런 고민과 토론 없이 이렇게 먼저 서두르는 것이 맞냐"며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10월 20일 2022년도 국정감사(예금보험공사 등).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이에 강 회장은 "대부분 기관이 이전하면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걸로 알고 있고 그 과정에서 자산을 매각하거나 이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절차의 정당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각 파트가 맡은 역할이 다르다. 사희적 합의를 이끌어내 주시는 것은 국회에서, 정부는 방침이 있는 것이고 저희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국회에서 합의를 해주시면 가야되는 것"이라고 강 회장은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날 갑자기 법이 개정돼서 그때부터 준비하는 것보다는 지금 준비해놨다가 법이 개정되면 가는 것"이라며 "개정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야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산은 노조는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본점 이전의 타당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직원과 국회, 국민을 설득하고 산은법을 개정하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자금시장 경색 우려 등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산은이 부산 이전 갈등을 두고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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