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헤리티지 펀드 피해자 "판매사, 금감원 결정 즉각 수용" 호소
독일 헤리티지 펀드 피해자 "판매사, 금감원 결정 즉각 수용" 호소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1.22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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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투자금 전액 반환 결정
신한투자증권 등 6개사, 판매규모 4835억
일반투자자 기준 1849계좌 약 4300억
22일 금감원 분조위의 독일 헤리티지 펀드 계약취소 결정 관련 금융정의연대 및 피해자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화이트페이퍼)
22일 금감원 분조위의 독일 헤리티지 펀드 계약취소 결정 관련 금융정의연대 등 피해자 측이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융감독원이 48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독일 헤리티지 펀드 판매사 중 6개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피해자 측은 일반투자자(약 4300억·1849좌)들이 원금을 신속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판매사들이 분조위 조정안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 연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사들이 분조위 결과를 즉각 수용하고 원금 100%를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오늘 금감원 분조위가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서 판매사들에게 원금 전액 배상을 결정했다"며 "피해자들이 기다려온 2년의 시간을 생각하면 상당히 늦은 결정이지만 이제라도 올바른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 환영하는 바"라고 말했다. 

다만, "라임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 이후, 판매사들이 시간끌기를 하며 책임을 회피한 전례" 등을 고려해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제109조)에서 애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이 법리를 적용해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사모펀드는 앞서 라임 무역금융펀드(최대 1611억원), 옵티머스펀드(일반투자자 기준 약 3000억원)에 이은 세 번째다. 

특히, 이번 헤리티지 펀드는 일반투자자 피해금액 기준 약 43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화이트페이퍼)
(사진=화이트페이퍼)

이 자리에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법에 따라 20일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고 전례에 비춰보면 20일씩 연장했다"며 "하지만 이 펀드는 2년간 지체된 분쟁조정 결과였기 때문에 기간 내 즉각 수용해줄 것을 판매사들에게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판매사들이 분쟁조정을 수용하지 않고 민사법원으로 간다면 항의투쟁을 조직하고 '10주 주식 갖기 운동'을 벌여 매년 3월 주주총회에 참석해 피해자에게 고통 준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영대 독일헤리티지 피해자연대 대표는 피해자들의 입장문을 낭독했다. 그는 "불과 작년 12월 17일 금감원에서는 피해자가 무려 2000명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대표 피해자 2명만을 날치기로 선정해서 분조위를 넘기려고 했던 일도 있었다"며 "그 이후 피해자들은 너무나도 큰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계약취소 결정에 환영하지만 감사한 마음은 조금도 없다. 아울러 이러한 올바른 금감원의 권고안이 나온 것에 대해 판매사들은 이유 없이 조속히 수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그런 문제를 안고 가겠다는 판매사가 있다면 주총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대위 집행위원장도 "과거 금감원이 제대로 했다면 피해자들이 그동안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복현 금감원장의 결단을 통해 아직도 해결하지 않은 5조원에 가까운 사모펀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김 상임대표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헤리티지 펀드 분조위 결과에 대해 "계약취소를 할 수 밖에 없는 증거와 물증이 넘쳤다"며 "이탈리아 헬스케어, 디스커버리 펀드의 경우 자료가 부족했다는 게 금감원 측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았는데, 자료에 의하면 다른 역외펀드와 달리 국내에서 독일 헤리티지 펀드가 판매될 당시부터 시행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사진=화이트페이퍼)
(사진=화이트페이퍼)

이날 금감원은 지난 21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한 분쟁 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뒤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펀드다.

신한투자증권 등 7개사가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판매했으나 관련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2019년 6월부터 환매가 중단됐다.

판매규모는 신한투자증권이 3907억원으로 가장 많고,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현대차증권(124억원), SK증권(105억원) 등 총 4835억원 규모다. 지난 9월 말 기준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6개사에 190건이었다.

이들 금융사는 헤리티지 펀드가 일반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다 위험이 높고 부동산 개발 관련 인허가 지연 및 미분양 시 원리금 상환 불확실성이 높음에도,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것처럼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날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상품제안서에 기재된 투자계획대로의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는 상품제안서 등을 통해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구조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았다면 신청인은 물론 누구라도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착오가 없었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정도를 의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분조위는 ▲시행사의 헤리티지 사업이력 및 신용도 관련 허위·과장 사실 ▲투자금 회수구조의 실현 가능성 ▲이면계약에 따른 높은 수수료 지급 구조 ▲시행사의 헤리티지 부동산 개발 인허가 미신청 등에서 독일 시행사의 투자계획 실행가능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 결과를 함께 공개했다.  

(자료=금감원)
(자료=금감원)

이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시행사를 현지 탑5 및 건전한 재무상태와 밝은 사업전망을 가진 독일 상위 4.4%에 해당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했으나, 금감원 확인 결과 독일 탑5 시행사 사실 여부, 사업이력, 평가내용 등이 검증되지 않은 등 사업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투자금 회수구조도 판매사들은 부동산 매입 시 시행사가 매입금액의 20%를 투자하고 분양률이 65% 미만이면 은행 대출을 통해 상환하고 '인허가·분양과도 무관하게' 시행사의 신용으로 상환하며 시행사 부도발생 시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 행사나 시행사 SPV(각 헤리티지 사업별 법인) 주식에 대한 질권 행사로 상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 확인내용에 따르면 시행사의 자금력 등에 의존한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는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담보권과 질권 확보도 미흡했고, 시행사의 신용등급 및 재무상태로는 20%의 투자가 어려웠으며 실제 투자한 사실도 없음이 파악됐다. 

또한 투자자들은 2년간 판매사·운용사에 약 5.5%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계약했지만, 시행사 자회사 등으로 추가 수수료가 부과돼 사실상 24.3%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였다. 아울러 부동산 취득 후 1년 이내에 설계 및 변경인가를 완료한다고 설명했지만, 취득한 부동산 중 인허가를 신청한 부동산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본건의 분쟁조정은 양 당사자(신청인 및 판매사) 조정안을 접수한 뒤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립하면 마무리된다.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약 억 원 일반투자자 기준 약 4300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 결정을 마지막으로 많은 투자 피해가 발생한 소위 5대 펀드(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이탈리아헬스케어, 헤리티지)에 대한 분쟁조정이 일단락됐다"며 "금감원은 앞으로 남은 분쟁민원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는 대로 신속히 분쟁조정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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