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종자본증권 연 5%대로…투자 상위등급 금리 매력 부각
은행 신종자본증권 연 5%대로…투자 상위등급 금리 매력 부각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9.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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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비율 관리 필요성에 역대급 발행 기조 지속
신용등급·펀더멘털 등에 금융사별 희비는 교차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최근 금리가 지속 상승하면서 국내 은행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금리 수준이 5%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상위등급 은행 신종자본증권에 대해서는 높은 투자 수요가 재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높은 투자 수요 재확인한 우리은행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 14일 원화 무기명식 무보증 무담보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선 총 3920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당시에는 전날밤 미국의 8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와 국내외 금융시장 충격이 가시화됐는데도 당초 모집물량 2700억원 대비 1.45배의 초과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높은 수요에 따라 우리은행은 최종 발행액을 3500억원까지 증액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각각 5년 후 콜옵션(조기상환)이 부여된 조건(2400억원)과 7년 후 콜옵션 조건(300억원)으로 오는 21일 발행된다. 최종 발행금리는 각각 연 5.20%와 연 5.45%다. 

이번 발행을 반영하면 우리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은 약 21bp(1bp=0.01%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대출금 및 유가증권 운용 등의 운영자금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내달 초 신종자본증권 모집·발행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 5월 당시 올해 4대 은행 중 처음으로 323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앞서 신한지주 공시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예정 중인 조달규모는 4000억원으로, 역시 운영자금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4월까지는 금융지주 위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뤄졌는데 이후부터는 은행들도 자본확충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금융지주와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6조4000억원으로 이미 역대급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나 증가한 수준이다. 

(자료=NH투자증권)
(자료=NH투자증권)

은행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자본비율 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내외 경제여건이 점점 악화중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기업대출 증가 등으로 RWA(위험가중자산)은 계속 늘고 있는데 금리 상승 여파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로 자본은 전 분기 대비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앞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6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29%, 보통주자본비율은 12.7%로 지난 3월 말 15.52%와 12.99%보다 각 0.23%p, 0.29%p 하락했다.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이 보통주자본 증가율을 웃돈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13개 은행은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아졌다. 금감원은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이 규제 비율을 웃도는 등 현재까지 자본 적정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예상치 못한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신용등급·펀더멘털 등에 희비는 교차

최근 들어서는 발행기관의 신용등급과 자본 수준에 따라 금융기관별 희비가 교차 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NH투자증권은 이달에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용등급이 상위사인 우량 은행 위주의 투자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이날 분석했다. 

지난주 우리은행과 같은날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예측을 치른 한화손해보험, 이달 초 수요예측을 실시한 제주은행은 모두 미매각 사태가 발생했다. 경쟁률은 제주은행 0.22대 1, 한화손보는 0.01대 1에 그쳤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AA-인 반면, 제주은행과 한화손해보험 신종자본증권은 A+등급"이라며 "발행사의 (당기순이익 증감 추이,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 등) 펀더멘털도 선별적인 투자를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자료=NH투자증권)
(자료=NH투자증권)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인정 요건을 충족해 금융당국이 자본으로 인정하고 특정 기간 후 콜옵션이 부여된 영구채 성격의 증권이다.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변제 순위는 일반채권, 후순위채권 뒤로 밀린다. 

채무상환이 다른 채권 대비 '후후순위'인점을 고려해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은 발행 회사의 선순위 채권보다 낮게 매겨진다. 다만 은행들의 자본비율이 급격하게 저하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의 상각 및 이자지급 중단, 조기상환 미실시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여겨진다.  

금융사의 리테일 창구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불안한 증시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신종자본증권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부터 많이 팔렸는데 금리 수준이 오르다보니 점점 더 주목도가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에선 지난달 기준 올 들어 1조원이 넘는 신종자본증권이 판매됐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전 지점에서 기업은행 신종자본증권을 운용자산으로 하는 신탁상품 판매를 개시했다. 최 연구원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5%를 돌파, 매력적인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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