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어디까지 왔나-上] 뛰는 ‘법’ 위에 나는 ‘메타버스’
[메타버스 시대, 어디까지 왔나-上] 뛰는 ‘법’ 위에 나는 ‘메타버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8.23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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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전문가 육성 등에 5000억 재정 투입
메타버스, 산업군 가리지 않고 영역 넓혀
게임? 플랫폼?…산업 급성장에 제도 정비 늦어
현대차그룹 메타버스 플랫폼에 마련된 정주영 선대회장 사진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메타버스 산업 규모가 천문학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와 산업계 등 범국가적인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가 올해 5000억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히면서 업계별 움직임까지 확장된 모습이다. 다만 산업이 급성장한 데 비해 법과 제도가 따르지 못하면서 과제가 산적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 6년 뒤 규모 991조까지 성장…정부, 올해 5560억 투입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매년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머전 리서치는 오는 2028년 8289억5000만달러(약 99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23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략을 발표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발굴 지원, 메타버스 관련 한류 콘텐츠 제작 지원 등 생태계 활성화를 시작으로 인재 양성, 기업 지원 확대 등이 골자다. 여기에 메타버스 윤리 정립과 법제도 정비 등도 포함됐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2위로 추정되는 국내 메타버스 산업을 2년 뒤 5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 4만명 양성, 매출액 50억원 이상의 메타버스 공급기업 220개 육성, 모범 사례 50건 발굴 등을 내세웠다. 재정투자는 총 5560억원을 예고했다. 메타버스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에 179억원을 투입한다고도 밝혔다.

정부의 메타버스 지원 방향이 잡히면서 국내 기업들도 메타버스 확장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를 가리지 않고 전 산업군에서 메타버스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모양새다.

먼저 메타버스 플랫폼을 직접 운영 중인 업체로는 네이버제트, SK텔레콤, 직방 등이 꼽힌다.

■ 업계 가리지 않는 메타버스 플랫폼

네이버제트는 지난 2018년 메타버스 공간 '제페토'를 오픈해 국내에서 가장 먼저 플랫폼 개념의 가상공간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누적 가입자 수 3억명,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000만명을 기록했다. 제페토는 해외 이용자 비중이 95%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페토는 주로 소셜 네트워킹, 즉 커뮤니티가 중점인 플랫폼이다. 이와 함께 기업 홍보,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과도 결합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대자동차는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BGF리테일은 CU 제페토한강점을 선보였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전시회 개최, 아바타 아이템 출시 등을 진행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이프랜드(ifland)'는 지난해 시장에 나온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제페토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과 함께 제휴 업체들과 콘텐츠를 생산해 제공한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이프랜드 2.0' 비전을 공개하고 새로운 기능을 예고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지급,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 후원 기능 등 경제 시스템이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아울러 하반기 유럽·북미·중동·아시아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직방 글로벌 가상오피스 '소마(Soma)' (이미지=직방)

직방은 '메타폴리스'라는 가상 근무 공간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해 프롭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직방은 본사 사무실을 전면 폐쇄하고 완전한 원격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아바타를 이용해 출근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식이다. 진행 중인 업무를 공유하면서 실시간 대화도 가능하다. 현재 메타폴리스에는 직방 외에도 아워홈이 입주해 있다.

직방은 이에 더해 올해 5월 글로벌 가상오피스 '소마(Soma)'를 출시하고 ‘소마 디벨롭먼트 컴퍼니’를 설립했다. 오프라인 근무와 온라인 재택근무의 장점을 모은 가상오피스 소마를 미래 근무 환경의 뉴노멀로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 '컴투버스' 하반기 서비스…크래프톤-네이버제트 '미글루'

메타버스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 중인 업체도 눈에 띈다.

컴투스는 이경일 대표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현재 4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컴투버스에는 SK네트웍스, 젝시믹스, 채널A, 하나금융그룹, 교원그룹, 교보문고, 닥터나우, 한미헬스케어, 서울오션아쿠아리움, 마이뮤직테이스트 등이 파트너사로 참여한다.

컴투버스는 실제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메타버스에 구축할 예정이다.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과 달리 공간을 '오피스 월드', '커머셜 월드', '테마파크 월드', '커뮤니티 월드' 등으로 구분하고 각기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오는 25일 구체적인 구축 현황이 공개될 예정이다.

크래프톤도 메타버스 공간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크래프톤은 메타버스 플랫폼 미글루'(Migaloo)에 'C2E'(Create to Earn)를 입힌다. 크리에이터가 창작한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이 중심이다. 이용자가 자체 코인과 NFT를 발행해 수익을 창출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미글루는 가상공간(멀티레이어 월드), 창작툴(크리에이터 툴), 수익 시스템(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이미지=크래프톤
프로젝트 미글루(Migaloo) (이미지=크래프톤)

크래프톤은 '제페토'를 운영 중인 네이버제트와 함께 미글루 프로젝트 개발을 주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메타버스 활용에 적극적이다. 직방과 업무협약을 맺고 프롭테크 사업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주택 사업 전반의 디지털전환(DX)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고객 소통을 강화했다. 이 밖에도 롯데건설은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활용해 채용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 이용률 낮고 법 적용 광범위…청소년 관련 문제도

정부와 산업계가 전방위적으로 메타버스 도입에 나서면서 동시에 여러 과제도 쌓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이용률, 정의·법률 적용 등이다.

지난 18일 컨슈머인사이트가 올해 상반기 14세 이상 휴대폰 이용자 37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실제 메타버스를 이용했다'라는 응답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인지도 역시 낮게 집계됐다.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른다'리라는 응답이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도 18%에 달했다. 이용 경험률이 높은 플랫폼은 제페토(50%), 마인크래프트(46%), 로블록스(30%), 모여봐요 동물의 숲(28%) 등으로 조사됐다. 게임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에 한정된 모습이다.

게임과 플랫폼 사이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도 문제다. 메타버스는 현실 공간을 그대로 옮겨놨기 때문에 다양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가령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하는 상거래는 전자상거래법을 적용받는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플랫폼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해당된다.

사진=연합뉴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볼 경우에는 전혀 다른 규제가 적용된다. 플랫폼이 게임으로 분류되면 일단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적용, 환금성과 사행성이라는 대규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를 거치게 되는데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미글루' 같은 경우 사실상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하거나 상당수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C2E' 시스템이 사실상 P2E와 동일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보호법 등도 적용 대상이다.

이 밖에 청소년 관련 문제 등도 제기된다. 송원일 평택대학교 아동청소년교육상담학과 교수는 청소년문화포럼에서 "(청소년들은) 제페토에서 형성한 아바타를 본인의 자아상으로 착각하게 될 수 있다"며 "반복된 정체성 위장은 상대는 물론이고 결국에는 자기기만이 스스로 심리적 혼란과 병리적 자아의 형성 내지는 부적응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5일 메타버스 경제 활성화 민관 TF(태스크포스) 출범식을 열고 메타버스 특별법 제정, 선제적 규제 혁신, 메타버스 윤리 원칙 등을 논의했다. 과기부는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범정부 차원에서 메타버스 환경 조성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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