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메아리로 울려 퍼질 ‘망(望)’의 미학
누군가에게 메아리로 울려 퍼질 ‘망(望)’의 미학
  • 임채연 기자
  • 승인 2022.08.1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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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태그 시즌2 ‘망(望)’의 메아리 in Jeju
8월12일~9월30일, 제주 산지천갤러리

[화이트페이퍼=임채연 기자] 아트태그가 <'망(望)'의 메아리> in Jeju 기획전시를 산지천갤러리(제주)에서 개최하고 있다. 아래는 관련 평론이다. -편집자 주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망(望)’(바람)이 되고 그 바람의 지난한 여정 속에서 삶을 이어 간다. 그것은 희망 같은 바람이기도 하고 원망 같은 바람이 되기도 하다가 아예 바람을 끊어버리려는 절망의 형태가 되기도 하는 ‘망(望)’(바람)의 일생을  담고 있다. 

‘망(望)’(바람)은 달의 차고 기우는 모습과도 닮아 있어 가득 찬 달을 ‘망(望)’이라 하였고 기운 달을 삭망(朔望)이라고도 불렀다.

'망(望)’이 의미를 갖추어 형태를 만들어 내기 전에 순수하게 바라고 비는 ‘망(望)’이 먼저 있었다. ‘망(望)’은 그저 비는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과 정성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형식도 없고 규칙이나 절차도 필요 없다. 개개인의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 거대한 나무에, 깨끗한 물에, 닿을 수 없는 달에 각자의 바람과 정성을 다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망(望)’은 시간처럼 공평하게 모두에게 열려 있고, 주어지며 ‘망(望)’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희망의 삶을 살기도 하고 열망하기도 하며 삶을 전망하기도 하고 욕망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이번 아트태그 시즌2에서는 이러한 인류의 시원과도 같은 바람을 담은 ‘망(望)’이 주제이다. 우리는 영원히 ‘망(望)’하는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죽기 직전까지도 좋은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면서 죽어간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은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에너지로 전환되어 어딘가에 집적되고 충전되어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메아리로 울려 퍼지고 또 다른 ‘망(望)’으로 도달할 것이다. 

■ 우리 삶에 녹아있는 망, 5개 섹션 나눠 보여줘

“우리는 앞을 보고 또 뒤를 보며, 우리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퍼시비시 셀리

◁ Section1 ‘망(望)’, 우리들의 이야기 : ‘망(望)’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들 삶의 이 곳 저 곳에 ‘망(望)’의 흔적들은 남아 있고 우리는 무의식 중에 이러한 행위를 기억하고 따라 하고 있다. 

아들을 낳길 소망하던 제주 여인들의 바람은 돌하르방의 뭉그러진 코에서도 나타나고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부둣가에서 두 손을 빌며 기도하던 여인은 결국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로 전해진다. 우리의 삶 속에 여린 소원이나 기원, 염원은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기고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만든다.

◁ Section2 ‘망(望)’이 전하는 말 : 문학 작품과 사전을 찾아 보면 ‘망(望)’에 관련된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가망, 갈망, 관망, 덕망, 명망, 선망, 소망, 신망, 실망, 앙망, 야망, 열망, 요망, 욕망, 원망, 유망, 인망, 전망, 절망, 조망, 지망, 책망, 희망처럼….. ‘망(望)’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그 자체로 전해주고 싶은 의미가 다양하다. ‘망(望)’은 탄생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우리의 언어 속에 녹아 있고 우리의 삶으로 이어진다.

◁ Section3 ‘망(望)’의 실체 : ‘망(望)’은 바라는 것들의 순수한 마음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정성 어린 행동이다. 망은 제주 할 망들의 깊은 주름으로, 때로는 제주 해녀들의 물질을 통해 얻은 태왁 안의 수확물로, 또는 민화 속의 기원의 상징물로 그 실체성을 드러낸다.

◁ Section4 ‘망(望)’의 골짜기 : '망(望)’은 우리들 각자의 마음과 공간에서 재생되어 이슬처럼 응결되어 사람들에게 찬란하게 빛나기도 하고 빛을 잃으며 스러지기도 한다. 망의 골짜기는 응결된 바람들이 머무는 곳으로 현실과 가상의 그 중간 어디쯤이다.

◁ Section5 불멸의 ‘망(望)’ : 그러나 실체 없는 망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모여 속살거리며 골짜기의 울림을 만들고 반향을 일으켜 메아리로 퍼져 나가며 발‘망(望)’하며 불멸의 ‘망(望)’이 된다. ‘망(望)’은 수증기처럼 모여 응집되고 덩어리를 만들어 바람처럼 떠다니다가 목마른 대지에 단비처럼 내리기도 한다. -이범주(미술평론가/ 갤러리 화이트앤트 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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