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철수하는 이커머스...고비용 구조에 백기
새벽배송 철수하는 이커머스...고비용 구조에 백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22.07.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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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 구조 새벽배송 철수하는 이커머스
강자만 남는 새벽배송 시장
프레시지 신선 HMR 전문 공장.(사진=프레시지)
프레시지 신선 HMR 전문 공장.(사진=프레시지)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새벽배송 경쟁을 치열하게 하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백기를 들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에 롯데쇼핑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과 BGF의 신선식품 플랫폼 헬로네이처가 새벽배송에서 철수한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GS리테일이 다음 달부터 GS프레시몰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밀키트 업계 1위 기업인 프레시지도 26일 새벽배송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커머스 기업들의 새벽배송 서비스 포기는 고비용 구조의 새벽배송 특성상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고, 최근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기침체 등 대내외적인 상황 외에도 대형 유통업체가 새벽배송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격화된 점도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네이버·쿠팡·SSG닷컴을 따라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온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유지하며 당일 및 즉시배송을 전국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야심차게 뛰어든 새벽배송 시장에서 2년 만에 철수했다. 롯데홈쇼핑의 새벽배송인 ‘새롯배송’도 중단된 상태다. 최근에는 온라인 주문 상품을 롯데마트 인근 지역에 2시간 안에 배송하는 ‘바로배송’ 가능 점포도 줄이는 모양새다. 새벽배송을 종료한다고 밝혔을 당시 바로배송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권역은 배송 점포를 변경하고 있고 롯데슈퍼프레시의 경우 10여 곳의 바로배송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다.

롯데온은 “올해 약 50개 점포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당시는 팬데믹이었고, 지금은 엔데믹이 다가오면서 온라인 주문 수요가 줄면서, 기존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며 효율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BGF도 당시 주력하던 새벽배송을 중단하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헬로네이처의 새벽배송 사업을 종료하고, B2B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어 헬로네이처 지분 100% 인수 건을 최종 승인하고 종속회사로 편입시키며 프리미엄 신선식품 소싱 및 공급, 차별화된 상품 개발, 온라인 채널 제휴 판매 등으로 사업 영역을 조정했다.

GS리테일은 전국 1만 5000여개 점포를 통해 근거리 배송 퀵커머스에 필요한 배송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올 1분기만 해도 새벽배송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는 충청과 영남권 등 지방권 서비스를 넓히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지만, 전날 공지문을 통해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공지문에는 “새벽배송 중단이라는 아쉬운 결정을 하게 됐다. 새벽배송은 중단하지만 선택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오늘배송’ 서비스를 통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통해 당일 배송에 집중해 회사의 손익 개선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밀키트 업계 1위 기업인 프레시지 또한 이날부터 자사몰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외부 채널에서 보유한 물류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며 “ 자사몰 내 새벽배송은 이용률이 5%수준이라 잠정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새벽배송 포기를 두고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새벽배송 투자가 효과를 내기 어려워서다. 새벽배송은 신선식품이 주력인 만큼 냉장유통(콜드체인)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재고 문제도 중요하다. 과재고는 폐기 비용으로 이어지고 물량을 줄이면 결품이 발생하는 등 재고에 대한 수요예측이 어려운 점도 난제다. 또 새벽 시간 동안 운용할 인건비를 따져보면 일반배송 대비 인건비 지출도 상당하다. 결국 규모의 경제 효과를 위해서는 적정한 주문량 확보와 운영비 부담 해소를 통한 고정비 최소화가 관건이다.

이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네이버·쿠팡·SSG닷컴이 이커머스 물류 3강 체제를 공고히 한 만큼 출혈경쟁으로는 시장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막대한 재고 비용과 인건비 등 출혈을 감내하기보다 손익 개선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주요 새벽배송 업체로는 2014년 새벽배송을 최초로 개시한 마켓컬리, 2019년 온라인물류센터 구축 후 사업을 확장한 SSG닷컴, 2018년 로켓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 같은해 시장에 진출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오아시스마켓, 올해 3월 ‘부릉’을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지마켓클로벌, 그리고 티몬과 인터파크 등이 있다. 네이버는 지난 5월부터 입점한 일부 품목에 대한 당일 배송 시범 운영 중이며, 하반기에는 새벽배송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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