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다리에 포장된 상품으로 인간욕망 은유
봉다리에 포장된 상품으로 인간욕망 은유
  • 임채연 기자
  • 승인 2022.07.15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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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록 작가
큐록 작가

[화이트페이퍼=임채연기자] 디지털드로잉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Qrock(큐록, 본명 송규락) 작가가 21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어반 브레이크 아트페어2022’ 오픈콜 공모 초대작가로 개인전을 갖는다. 

비닐봉다리에 포장한 상품이미지 그림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은유하는 작가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제품디자인(product design)을 전공하고 기업의 제품디자이너와 유학생활을 거쳐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수 십 년을 제품디자인에 의한 제품디자인을 위한 디자이너의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모든 제품(상품)은 제품기획, 시장조사, 디자인 그리고, 기구설계 등 복잡한 개발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모든 양산(대량생산) 제품은 좋고 나쁨의 평가와 상관없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모든 이야기는 완성된 제품 디자인의 렌더링(rendering) 이전 디자이너의 수 없는 드로잉과 드로잉 행위에 의해 쌓인다. 종이와 연필만 주어지면 늘 무언가를 그려댔던 어린 시절의 드로잉은 상상한 것을 현실로 이뤄내고 싶은 소년의 꿈이었다. 미대 학부와 대학원 시절, 그리고 교수와 제품디자이너로서의 드로잉은 나의 디자인 미학을 찾아내고 설득하는 방편이었다. 지금까지 나의 드로잉은 단순히 완성된 제품 디자인을 위한 전단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사고 과정이자 상상이 넘쳐나고 흘러가 스토리가 되는 유일한 과정이었다. 디자인에 있어 드로잉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에도 드로잉에 대한 나의 철학은 늘 한결같았다.”

큐록 작가 작품
큐록 작가 작품
큐록 작가 작품
큐록 작가 작품
큐록 작가 작품
큐록 작가 작품

그에게  드로잉은 그의  상상력으로 그만의 디자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편이고 그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다.

“디자인과 순수미술 작업은 모두 ‘예술’이라는 범주에 속하면서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물리적, 정신적 풍요로움를 부여하고 각각의 이데아를 추구한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디자인 작업은 순수미술과 비교하여 철저하게 객관성에 기인하고 결과물에 수렴한다는 과정 속에서 나의 드로잉 궤적은 태생적으로 작품으로서의 자유로움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몇 년전  우연한 기회에 아이패드를 접하게 되었다. 아이패드(iPad)라는 디지털 기기는 오랜 시간 종이에 아이디어스케치(idea sketch), 렌더링(rendering)을 해온 아날로그 성향의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이는 단순히 효율적 시간 활용은 물론 조금 더 높은 질의 드로잉 즉, 좀 더 높은 완성도 높은 제품 디자인 드로잉을 가능케 해 드로잉이라는 행위 자체에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가  제품 디자인적 드로잉에서 지금의 극사실화로 전환하게 된 사연이 있다.  

"작년에 작고하신  아버지의 오래된 시계가 동인이 되었다. 아버지께서 어느 날 이제 외출할 일이 거의 없고 시계가 무거워 찰 일이 없다며 내미신 오래된 금장 시계는 아버지의 여윈 팔목과 반목하며 심장에 와서 박혔다. 이미 유품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시계를 그때 그려야겠다는 생각 밖에 달리 할 게 없었다. 그렇게 그린 드로잉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리자 그 이전까지의 반응과는 다른 피드백들이 올라왔다. 사진과 구분이 안가서 놀랍고 감동이라는 피드백은 단순히 기분 좋은 응원을 넘어 사진과 혼동되는 이미지를 쌓아올리는 드로잉 행위 즉, 나의 신체 행위에 대한 반응이자 나의 드로잉이 하나의 작품으로 소환된 지점으로서 의미가 컸다.”

그는 투명비닐(일명 봉다리)에 담겨진 모든 자연물, 인공물의 오브제를 극사실로 묘사하려 한다. 투명 비닐에 담겨진 오브제는 마치 쇼윈도에 진열된 낱개 포장처럼 소비와 소유를 자극하는 욕망의 기호로 명시된다. 이것은 사용자에게 유용성과 미적 취향으로 소비되는 지점에서의 제품 디자인적 개념과 키치와 같은 개념미술로서의 현대미술과의 조우이다.  '의미'란 기호에서 직관의 대상에 '자의적으로(willkürlich)' 덧붙여지는 것으로 헤겔의 표현을 빌면 표상이 "외적 현존재로부터 해방"되어 주관화될 때 "외적 현존재와 내적 표상은 서로 다른 것으로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아이패드 드로잉은 겹겹이 수많은 레이어로 쌓는 디지털 드로잉과정을 통해 아날로그적 수행과정을 거친다. 각각의 오브제의 재현을 위해 한 겹 한 겹 전자물감 레이어를 올릴 뿐이다. 의미는 그것들 대상에 있지 않고 그 사이사이에 주관적으로 존재한다. 내가 극사실 오브제 드로잉을 하는 이유이다. ”

이제 막 시작된 그의  드로잉 영역은 하나의 미디엄 혹은 미디어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확장 진화해 나가는 것이 시대성이고 그의 예술의 방향성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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