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 톺아보기]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되면 벌어질 일들
[게임규제 톺아보기]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되면 벌어질 일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7.07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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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권고안 효력 발생…국내 도입 '초읽기'
산업 축소 불보듯…'셧다운제' 악몽 재현하나
박보균 장관 "게임은 질병 아냐"…전방위 지원 약속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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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게임 업계에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슈는 '게임중독'이다. 올해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권고안의 효력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년에 걸친 국내 연구 결과도 마무리되면서 3년 전 '뜨거운 감자'였던 게임중독 코드 도입이 다시 한번 사회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셧다운제와 같은 산업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게임 업계에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본격화…국내 기준 마련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중독)를 질병으로 간주하는 질병코드 도입안이 포함된 세계보건기구(WHO)의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가 올해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이와 관련한 국내 민관협의체의 연구가 최근 마무리됨에 따라 게임중독 코드 도입과 관련한 움직임이 재개될 전망이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부여 논쟁은 3년 전인 2019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WHO는 게임이용장애를 만장일치로 질병코드에 넣기로 확정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2019년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WHO가 정한 기준은 ▲게임에 대한 통제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 등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이용장애, 즉 게임중독으로 본다.

WHO가 의결한 ICD-11은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의 권고인 만큼, 국내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그대로 수용하느냐 국내 사정에 맞추느냐는 점이 관건이다.

국내에서는 ICD와는 별개로 한국질병분류코드(KCD)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ICD의 동향에 맞춰 KCD 적용 여부를 판가름할 연구가 지난 2년여 동안 진행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한동숭 미래융합대학장이 진행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가 최근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CD 등재를 위한 객관적인 지표 설정이 첫 단추를 뀄다.

■ "산업 규모 크게 축소"…업계에 손내민 정부

게임중독 코드가 도입될 경우 발생하는 가장 큰 우려는 시장 축소다. 보고서는 코드가 도입되면 산업 규모가 절반 가까이 축소될 것으로 우려했다. 내년 게임 산업 규모가 20조원이고 코드가 내년부터 도입된다고 가정하면, 2023년에 20%, 2024년에 24%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총 8조8000억원의 산업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이에 2년간 총생산 감소 규모는 12조362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또 8만39명이 취업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산업 규모 축소는 이전 사례에도 확인된 바 있다. 2011년부터 시행돼 올해 폐지된 '강제적 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을 목적으로 도입·시행됐던 제도다. 지난 2011년 11월 20일부터 작년 12월 31일까지 10년여 동안 시행됐다. 제도의 취지는 일견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이로 인해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게임 산업이 잠시 후퇴하는 결과도 초래했다. 셧다운제 실시 후 약 4년 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분석'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조1600억원 감소했다.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출 규모도 줄었다. 2013년 당시 기준 1600억원의 수출액이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과 일본 수출액의 10%에 상당하는 수준이라고 한경연은 추산했다. 셧다운제가 산업 위축에 상당한 효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인식의 악화다. 한콘진의 보고서는 질병 코드가 도입되면 게임 이용과 제작·유통 등 일련의 행위 자체가 공중위생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유사한 위험을 유발할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라고 봤다. 산업·경제 질서 측면에서 시각이 악화되면 사전적, 포괄적 금지 형태의 규제가 정당화될 여지가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관련 정책 추진 시에도 암초가 산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보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게임 업계는 게임중독 코드 도입으로 과거 겪었던 셧다운제의 트라우마가 재발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어엿한 국가적 사업으로 성장한 한국 게임 산업이 주춤할 우려도 제기된다. 블록체인 기술, 메타버스 등과 결합해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게임 업계 자체를 보는 시각이 나빠질 경우 국내에서 진행하는 여러 사업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 정부는 일단 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 1일 게임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몰아가는 시선이 엄존한다"면서도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고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그는 이어 "세계 게임 시장 경쟁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우고, 기획·제작·유통 전 과정을 문체부에서 지원하겠다"며 "규제를 선도적으로 혁신하고 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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