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침공 엿새째, 현대차·기아 촉각…"부품업체 줄도산 우려"
우크라침공 엿새째, 현대차·기아 촉각…"부품업체 줄도산 우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3.0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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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반도체 부족 탓"
시장 2·3위까지 올랐는데…타격 불가피
"부품 협력사, 대금 지연에 '흑자도산' 우려돼"
"정부 지원 절실"
러시아군 공격으로 초토화된 우크라 하리코프 거리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엿새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이 해외직접제품규제(FDPR) 등 러시아 경제에 직접적인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시장 장악력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가장 절실하다면서도 현대차그룹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 업체들의 '흑자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 반도체 불안에 우크라 침공까지 겹쳐

2일 현대차와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재한 현대차 공장은 전날부터 오는 5일까지 닷새간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해 1월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전 세계 공장이 연쇄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는데 이번 사태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번에 가동이 중단된 공장은 러시아 공장과 인도 공장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추측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가동이 중단된 러시아 공장은 연간 23만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번 중단이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11월 이곳에 있는 옛 제네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하는 등 현지 공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10만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러시아시장 공략에 돌입하면서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러시아 시장의 판매 비중을 글로벌 대비 5.5%까지 올리는 등 입지를 다져왔다.

■ '크림반도 합병' 때와 비슷…"가장 영향 많이 받을 것"

러시아는 현대차와 기아가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 23%를 기록하면서 2·3위에 오르는 등 막대한 판매량을 올리는 곳이다. 1위의 아브토바즈가 구소련 시절에 세워진 국영 완성차 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2016년 그룹 회장 시절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을 때도 "러시아 시장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러시아 시장이 회복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유럽기업인협회(AEB)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대차·기아는 러시아 시장에서 월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러시아에서 현대차는 현지 전략형 소형차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와 '크레타'를 생산·판매하면서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크레타는 지난 2020년 러시아에서 7만3537대가 팔려 소형 SUV 점유율 28%를 기록, 1위에 오르기도 한 모델이다. 기아 역시 러시아에서 '리오'(국내명 프라이드)를 생산·판매하면서 현지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장악력을 키워왔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과거 크림반도 합병과 닮았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다수가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현지 차량 판매량이 290만대(2012년)에서 130만대(2016년)로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시장이 급격히 침체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러시아 수출입 물량의 40%가 완성차와 부품"이라며 "현대차와 기아는 1년에 러시아 시장에서 내수 생산과 수출이 38만대에 달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기아의 부품 협력사들 같은 경우에는 대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흑자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유동성 자금 투입 등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를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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