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승인, 따져볼 점은
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승인, 따져볼 점은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2.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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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항공사에 구조적·행태적 조치 부과…10년 기한
아시아나 '고용유지' 강조하지만 현실성 따져봐야
사진=각사
사진=각사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일부 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을 살펴보고 통합항공사에 우려되는 점을 짚어봤다.

■ 슬롯·운수권 넘겨야…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운영 제한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는 시정조치를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로 나누고 주식취득 완료일부터 시정조치를 이행할 것을 내걸었다. 양사는 현재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미국,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6개국의 심사가 완료되고 주식을 취득한 날로부터 10년 동안 시정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공정위는 먼저 구조적 조치로 ▲국내공항 슬롯 이전 ▲운수권 이전 ▲해외슬롯 이전 등을 부과했다.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26개 국제선 노선과 8개 국내선 노선을 대상으로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항공사 증편 시 인천공항, 김해공항,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 등의 슬롯 반납을 의무화헸다. 슬롯이란 공항의 처리용량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출발 또는 도착 시각을 말한다. 항공사는 보유 슬롯의 시간대에 항공편 운항에 필요한 공항시설 등을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

운수권은 26개 국제노선 가운데 11개 노선에 새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경우 사용 중인 운수권 반납을 의무화했다. 11개 노선은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로마, 이스탄불, 장자제, 시안, 선전, 베이징, 시드니, 자카르타 등이다. 슬롯 이전과 운수권 이전의 상한선은 양사 중 1개사의 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 결합에 따라 늘어난 탑승객 수를 감소시킬 수 있을 규모로, 점유율이 모두 50% 미만일 때는 양사 합산 점유율을 50% 이하로 축소시킬 수 있을 정도로 반납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 밖에 ▲ 외국 공항 슬롯 이전·매각 ▲운임결합 협약 등 체결 ▲국내 공항시설 이용 협력 ▲영공 통과 이용권 획득을 위한 협조 등에 통합항공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 LCC 진입 더디지만…1000명 중복 인력 유지 가능할까

공정위가 양사에 부과한 행태적 조치는 ▲운임 인상 제한 ▲공급좌석 수 축소 금지 ▲서비스 질 유지 ▲마일리지 통합 등이다. 각 조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했다. 먼저 운임은 노선별·분기별·좌석등급별 평균운임을 2019년 운임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수준으로 제한했다. 다만 국제선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반영해 운임인상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게 했다. 좌석 수 역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 아래로는 줄일 수 없다. 좌석 간격, 무료 기내식, 무료 수하물, 기내 엔터테인먼트, 라운지 이용 등 소비자 제공 서비스도 2019년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면 안 된다. 마일리지 제도도 2019년 대비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는데, 통합항공사가 출범하고 6개월 이내에 통합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역시 이보다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통합 시너지를 일부 훼손할 가능성도 있지만, 실효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슬롯과 운수권 반납으로 저비용항공사(LCC)의 시장 진입을 통해 경쟁 시장을 구축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선의 경우 경쟁 제한성이 있는 미주 5개, 유럽 6개 노선은 중대형 항공기 도입을 추진 중인 티웨이항공도 운영 경험이 없어 취항이 어렵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재무적, 영업적 타격을 크게 받은 이들 LCC는 투자 여력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LCC가 신규 취항을 하더라도 해당 장거리 노선에서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고객 유치와 운영 노하우 취득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진출이 용이한 중국·동남아·일본 노선은 통합합공사의 수익 비중이 작아 큰 의미가 없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양사 통합의 최대 관심사는 아시아나항공의 고용유지 여부다. 중복 인력이 최대 1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슬롯 매각과 운수권 이전 등에 따라 막대한 중복 인력을 유지할 필요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해 의무적으로 반납을 못박은 슬롯은 총 34개, 운수권은 11개다. 이 가운데 중국·일본·동남아 등 12개 노선은 LCC가 진입하기 가장 수월하다. 공정위도 이들 노선에 다수의 경쟁사가 포진해 있고, LCC들이 강력한 경쟁사로 견제 중이라고 봤다. 특히 부산~나고야, 부산~칭다오, 서울~장자제 노선은 통합항공사의 완전 독점 노선으로 분석되면서 LCC의 진입이 강하게 점쳐진다. 속도는 더뎌도 LCC가 시장에 진입하면 1000여명에 달하는 중복 인력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전날 공정위의 발표 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영업 규모가 결합 이전보다 축소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겠으나 고용유지 원칙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수는 8778명으로 전년 동기(9042명) 대비 2.9%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9065→9042)보다 직원 수 감소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이 기간 기간제 근로자는 266명에서 164명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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