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벤처링'이 뜬다…현대차그룹 사내 벤처 코스닥 상장
'기업 벤처링'이 뜬다…현대차그룹 사내 벤처 코스닥 상장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1.24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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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분사한 오토앤, 시장 성공적 안착
삼성전자, CES 2022에 사내외 육성 벤처 참가 지원
LG, 구광모 체제 전환 후 벤처 투자 한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진=오토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오토앤'이 코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벤처 육성에 관심이 쏠린다. 사내 벤처 육성은 기업 내부에서는 혁신적인 문화 조성과 함께 외부로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너지를 일으킨다. 이에 삼성에서 시작해 포털 공룡으로 거듭난 '네이버'와 같은 사례가 또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2012년 분사한 '오토앤'…8년 만에 매출액 494억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사내 스타트업으로 분사한 '오토앤'이 지난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오토앤의 상장으로 현대차그룹에서는 처음으로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한 뒤 상장에 성공하는 사례를 기록했다. 오토앤은 지난 20일 공모가(5300원) 대비 66.03% 높은 88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1만1400원에 마감했다. 상장 사흘째인 24일에는 1만4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에 상장한 오토앤은 자동차용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통하는 업체다. 지난 2008년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4년 만인 2012년 분사했다. 오토앤은 H·기아 제뉴인 액세서리 등 차량용 추가 장착(커스터마이징) 옵션 개발과 판매, 블루·기아멤버스 포인트몰 운영, 차량 정비 서비스 거점인 블루핸즈·오토큐 지원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면서 성장했다. 분사 8년 만인 2020년에는 연결 기준 4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벤처플라자’를 운영해왔다. 지난해부터는 프로그램 명칭을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변경하고 기존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운영해오던 ‘제로원’ 브랜드와 통합, 자동차 위주에서 다양한 유망 신사업 분야로 사업 선발 범위를 넓혔다. 현대차그룹에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분사한 스타트업은 총 26개다. 이들 기업은 2020년 말 기준 약 700명의 일자리와 27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 삼성전자·LG, 사내 스타트업 육성 활발

국내 대기업들은 현대차그룹과 같은 사내 스타트업 육성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 회사의 사업 확장은 물론, 조직내에 혁신 중심 문화를 조성하고 임직원의 창의성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과거 삼성SDS의 작은 벤처 육성 프로그램에서 시작한 '네이버'가 국내 1위의 포털사이트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들은 제2의 '네이버'를 탄생시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12월부터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C랩 인사이드를 선정, 1년 동안 참여자들이 아이디어 구현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독립된 연구 공간과 함께 연구비, 과제 운영 자율권 등을 지원한다. 결과물이 사내 사업에 활용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기준 C랩 인사이드에는 339개 과제에 1395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2018년부터 ‘C랩 아웃사이드’를 신설, 외부 스타트업 지원에도 한창이다. 올해 'CES 2022'에서는 'C랩 전시관'을 운영하면서 총 21개의 사내 과제와 스타트업의 전시를 지원했다.

사진=삼성전자
이미지=삼성전자

LG 역시 사내 스타트업 육성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회사다. 특히 벤처 투자에 깊은 뜻을 지닌 구광모 회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보폭을 더욱 넓히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지난 2020년 사내벤처 프로그램 'LGE 어드벤처(LGE+VENTURE)'를 도입했다. LGE 어드벤처는 구 회장이 신사업 발굴을 위한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첫 공모에 250개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최종 선발된 사내 벤처팀은 1년간 과제 개발에만 열중한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자율 근무를 보장하고 별도의 사무 공간, 과제 진행을 위한 지원금, 회사가 보유한 기술과 네트워크, 외부 엑셀러레이터의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LG디스플레이는 '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사내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마이크로 모빌리티 정밀 관제 시스템을 개발해 오토바이 전용 블랙박스를 출시한 ‘별따러가자’, 가상현실(VR) 방탈출 게임을 출시한 ‘룩슨’ 등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다.

김보경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기업 벤처링 트렌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업 벤처링은 스타트업 대상 지원, 육성, 투자 등의 협업을 통해 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기존 기업의 풍부한 자원과 스타트업의 빠른 시장 대응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기업 벤처링은 스타트업 발굴→스타트업과의 협업→통합 등의 과정으로 진행되며 기업의 단기적 수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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