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로 인상...물가는 "상당기간 목표수준 상회"
한은, 기준금리 1%로 인상...물가는 "상당기간 목표수준 상회"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11.25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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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1.5→2.0%로 상향
성장률은 올해 4%·내년 3%, 동일하게 유지
이주열 한은 총재. (자료=한은)
이주열 한은 총재. (자료=한은)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작년 3월부터 경기 방어 차원에서 시작된 제로금리 시대가 1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올해와 내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소폭 상향 조정됐다.

특히 이번 11월 통화정책방향문에선 전월과 달리 물가 전망 관련 문구가 '당분간의 2%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가 아닌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로 수정됐다.  

■ 제로금리 시대 마침표 찍다...내년에도 추가 인상 나설 가능성 높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0.75%에서 1.00%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은 금통위는 작년 3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다. 이어 같은해 5월 기준금리를 0.25%p(0.75%→0.50%) 더 내리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공고히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작년 7·8·10·11월과 올해 1·2·4·5·7월까지 총 9번의 동결을 거쳤다. 올해 8월 들어 마침내 0.25%p(0.50%→0.75%)가 인상됐다. 기준금리는 이후 3개월 만에 0.25%p가 추가 인상되면서 1%대 시대가 다시 시작됐다. 

금통위가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총 0.5%p나 올린 이유는 그동안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도 고려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4월 2.3% ▲ 5월 2.6% ▲ 6월 2.4% ▲ 7월 2.6% ▲ 8월 2.6% ▲ 9월 2.5%로 6개월 연속 2%를 웃돈 데 이어 10월(3.2%)로 3%선을 상향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가계대출과 집값도 우려 요인이다. 올해 9월 말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카드사와 백화점 등 판매신용을 더한 액수다. 금융당국의 다양한 대출 억제 정책에도 3개월간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36조7000억원 더 불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자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상승폭 확대, 지난해 공공서비스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3%대 초반으로 높아졌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2%대 중반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에 대해서는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다소 축소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는 내년 몇 차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전일 발표한 '2022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에서 한은이 내년에 2번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1분기에 1회, 내년 하반기 1회씩 각각 인상해 연 1.5%까지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 수출·투자 양호·민간소비도 회복 강화 전망...물가는 내년 연간 2%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4.0%와 내년 3%를 모두 유지했다. 지난 8월 전망치와 같다. 기업들의 수출 호조와 민간소비 회복, 고용 개선 등이 나타나면서 양호한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양호한 회복세를 지속했다. 설비투자가 글로벌 공급차질에 영향받아 다소 조정됐으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민간소비가 백신접종 확대와 방역조치 완화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가 지속되는 등 개선세를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 회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GDP성장률은 지난 8월에 전망한 대로 금년중 4%, 내년 중 3%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물가 전망은 상향 조정됐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2.3%로 0.2%p 높아졌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기존 1.5%에서 2.0%로 0.5%p 올려 잡았다. 이는 원유·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소비 수요 증가 등을 반영한 것이다. 

금통위는 물가 전망에 대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해 2%를 상당폭 웃돌다가 점차 낮아져 내년 중 연간으로 2%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지난 10월 12일 발표한 통방문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기존 '점진적' 문구 대신 '적절히'로 시정한 바 있다. 이는 시장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와 관련한 해석과 예상에 있어 보다 명확한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였다.

특히, 11월 통방문에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가 아닌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로 수정했다. 코로나 관련 문구도 10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에서 11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로 변경됐다. 

이는 실물경제가 코로나의 늪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통방문에서도 전월과 동일하게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고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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