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재치로 뭉친 쇼펜하우어?
유머와 재치로 뭉친 쇼펜하우어?
  • 북데일리
  • 승인 2006.06.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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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가 우울한 염세주의자라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소수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는 염세주의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타고난 낙천가이자 유머꾼이었다.

사실을 증명하는 재미있는 책 <쇼펜하우어 세상을 향해 웃다>(시아출판사. 2006)의 저자 랄프 비너는 “우리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의 말은 수없이 많다. 정곡을 찌르는 익살, 이따금씩 나타나는 조소적인 비유와 노골적인 풍자, 이 모든 것은 세간에서 말하는 염세주의자와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의 철학에 대해서는 저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쇼펜하우어가 언어의 대가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전한다. 그가 우리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김 것이 ‘언어’ 와 ‘재치’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앞으로 나의 저술을 출판할 때 문장이든, 하나의 단어, 음절, 글자, 구두점에 불과하든 그것을 조금이라도 의도적으로 변형하는 자는 나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

무서운 경고 역시 쇼펜하우어의 것이다. ‘언어의 대가’ ‘글의 달인’이었던 쇼펜하우어는 자신이 쓴 글들을 피보다 소중하게 여겨 출간예정이었던 자신의 전집 서문에 이 같은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저주가 두려웠던 탓인지, 저자 역시 책에 쓰인 모든 인용문은 그동안 변화된 어법에 비추어 쇼펜하우어의 정서법을 그대로 따랐다고 일찌감치 ‘고백’하고 있다.

“오늘날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책들이 한심한 까닭은 저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쓰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돈이 필요하면 앉아서 책을 쓴다. 형편없는 많은 작가들이 신간이 아니면 읽지 않으려는 독자들의 어리석음 덕분으로 먹고 산다. 그들은 저널리스트들이다. 그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것을 순수 독일어로 바꾸면 ‘날품팔이’가 된다”

이 같은 ‘독설’만 퍼부었던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솔선수범했던 쇼펜하우어. 그는 자신의 저술을 매우 낮은 가격으로 출판사에 내놓았고 때로는 사례금을 완전히 포기하기도 했다고. 이어 “하긴, 그가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기는 했다”는 재치 넘치는 저자의 말도 이어진다.

인용된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은 백년도 더 된 과거에 쓰여진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유머러스하고 매끄럽다. 쇼펜하우어 철학에 입문하려는 독자라면 ‘스크랩’ 하고 싶은 문장들을 읽으며 소장을 탐낼만한 책이다.

[북데일리 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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