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대출규제...금융위만 쉽다는 총량규제
속타는 대출규제...금융위만 쉽다는 총량규제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10.11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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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방향은 맞는데 너무 갑작스럽다" 하소연
은행 "정책과 고객의 균형점 찾기 위해 안간힘"
금융당국 "안타깝지만 총량적인 측면에서 타이트한 관리 필요"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금융위)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금융위)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총량규제란 숫자에 얽매이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행정편의주의, 관료주의 아니냐. 금융으로부터 혜택을 받으려는 실수요자·서민들에게는 폭탄으로 다가온다"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은 무리한 목표를 세우다 보니, 감독방법과 수단도 비정상적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지난 6~7일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에게 질의할 때 나온 발언이다. 

김 의원은 "실수요자들의 불만, 당장 돈이 필요 없어도 추가 규제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는 가수요에 대해 금융위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유 의원은 "실수요자 피해가 종식돼야 한다"고 각각 지적했다. 

하지만 국감장에서 금융당국 기조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국감 직후 대출 창구를 제한한 은행 및 금융기관은 더 늘었고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출규제 관련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 실수요자 세심하게?...전세대출 규제 전망 속속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번 주에 가계대출 총량규제 관련 보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규제 대상에는 전세대출도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전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거나, 이자와 원금을 같이 상환하는 '부분 분할상환 방식'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연휴 직전 은행권에서는 이미 금리·한도보다도 대출 가능 유무 자체가 관건이라는 분위기가 흘렀다. 연말은 물론 내년에도 규제 여파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 "지금(8일) 서류 접수가 가능한 분들은 받을 수는 있다. 물론 12월 잔금일인 분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겠다"며 "내년은 예측이지만 한 번 데이지 않았나. 허들이 갑자기 낮아질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런 예측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올해 6%, 내년 4%) 의지를 근거로 한다. 지난주 국감장에 나온 금융당국 수장들은 완고한 입장을 반복한 바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지금 가계부채 늘어나는 것의 대부분이 실수요자 대출"이라면서도 "실수요자 대출도 가능한 한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완대책의 기본방향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지만 실수요자 관련된 부분은 세심하게 보는 그런 방안을 만들도록 그렇게 할 생각"이라며 "보완대책을 10월 중순 즈음에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7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여러가지 불편함 내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지만 "총량적인 측면에서는 타이트하게 관리를 해 나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 2금융권·월세 찾기 발 동동...탁상행정 불만 점증 

갑자기 높아진 은행 대출 문턱에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선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들의 경험담과 질문 등이 이어지고 있다. 

'클리앙'에서 한 익명인은 대출규제 관련 한 게시글에 "진짜로 은행 전세대출 안 나와서 보험사에서 대출받고 왔는데 어이가 없네요"라고 답글을 달았다. 

다른 게시글에서 다른 누리꾼은 "덕분에 대출 안나와서 집주인 아량으로 계약금은 돌려받고 월세 알아보고 있네요"라고 전했다.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에 대한 불만도 점증되고 있다. 고신용자가 2금융권으로 밀려난다면 중저신용자의 대출은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살갗에 피해를 이렇게 직접 느끼게 해주는 정부는 처음'이라는 등의 비판을 찾아볼 수 있다. 

클리앙에서 또 다른 누리꾼은 "이번 대출 문제로 정치에 아무 관심 없던 친구들이 정부와 민주당 욕하는 것을 봤습니다. 큰 방향이 맞다 하더라도 너무 갑작스러웠던 것 같습니다"고 적었다.

유의동 의원이 지난 9월 23일부터 3일간 전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 규제에 어떤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집값이 싼 외곽으로 이용하겠다', '제2금융권 등 대부업 이용하겠다' 등이 답변으로 제시됐지만, 응답자의 30%는 '대안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셋값 급등에도 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세냐 월세냐'를 두고서 토론도 목격된다.

클리앙에서 한 누리꾼은 "잘 버는 분들이야 이자 20만원이나 월세 30만원이 같은 수준처럼 보이실수 있지요. 가난한 사람은 아니에요"라고 반박했다. 

이어 "보통 원룸 보증금 월세 전환율이 1000만원당 5만원 혹은 1500만에 10만원 정도이고, 이게 연이자 약 6% 수준이다"며 "전세대출 받으면 이것보다는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 쫓겨난 집토끼들의 선착순 대출..."당연히 문제 발생"

금융당국 규제 여파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주거래 고객은 평소 거래하던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여력이 있는 은행 영업점을 찾아 전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청년들은 매일 오전 6시 '땅'하고 시작하는 선착순 대출을 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지난 8일부터 고신용 신용대출 및 직장인 사잇돌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의 신규 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한 상태다.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마저 불가피하게 일일 건수를 제한해 공급하고 있다. 

같은날 케이뱅크는 신용대출, 신용대출 플러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는데, 전세대출과 청년 전세대출은 이전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지난 5일 영업을 개시한 토스뱅크의 경우 얼마 못가 대출 판매가 셧다운 될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정책과 동시에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도 지난 7일부터 모집인을 통한 보금자리론의 신규 취급을 별도 통지일까지 중단한 상태다. 비대면·온라인 신청은 이전과 동일하게 정상적으로 가능하며, 오프라인 상담을 원하는 경우 전국 지사를 방문해야 한다.   

주금공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이 비대면·온라인 이용이 많기도 하고, 모집인 대출은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일부 쏠림현상이 있다보니 일시 제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미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됐던 이미지(사진=블라인드 캡처)

앞서 한 누리꾼의 '방향은 맞는데 너무 갑작스럽다'라는 언급은 전문가 견해와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세는 반드시 관리해야 하지만, 문제는 그 속도에 대해 물음표가 실린다는 점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00%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방향은 맞고, 총량규제만 하게 되면 당연히 실수요자가 못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너무 갑작스럽게 줄여서 발생한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쉬워보이지 않는데 투기적 목적을 제외하고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은 누군가, 실수요자는 피해를 안 받게 해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디테일을 알려주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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