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카드사들이 최근 3개월 동안 장기 CP(기업어음증권) 발행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특히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이달 발행으로 최근 석 달 새 1조원 이상을 조달한다.
업계는 지난 4월 금융당국의 여전사 유동성 리스크 모범규준 시행에 따라 조달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근 석 달 새 신한카드 1조·삼성카드 1.2조 CP 발행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오는 27일 총 5500억원 규모 장기 CP를 발행한다는 내용의 증권신고서를 지난 15일 공시했다.
만기별로는 4년 11개월물과 5년물이 각 2000억원으로 할인율은 연 1.856%, 1.865%다. 올해 최초 발행인 7년물은 1500억원 규모로 연 2.008%의 할인율이 책정됐다.
삼성카드는 지난 4월 중에도 장기 CP 발행으로 총 6500억원을 조달했다.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석 달 전 발행물은 만기 4~5년에 평균금리는 1.648% 수준이었다. 이번 발행으로 삼성카드의 장기 CP 잔액은 1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신한카드도 이달 초 장기 CP를 발행해 총 3000억원 규모를 조달했다. 지난 4월과 6월 중순경 총 7000억원의 발행 내역을 포함하면 최근 석 달 새 CP 발행실적은 1조원에 이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당사 1년물 이상 CP에 대한 평가금리는 경기침체 지속, 성장율 하향 등 기초 펀더멘털 악화 영향으로 꾸준히 하락세가 지속돼 1.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한 A1 위주 기업어음증권은 꾸준한 수요 유입으로 하락 횡보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장기 CP 수요는 올해 4월을 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4월~6월 중 KB국민카드(4000억원), 현대카드(3500억원), 우리카드(2000억원), 롯데카드(2000억원)도 CP 공모로 자금을 조달했다. 국민카드의 경우 9년 만에 발행을 재개한 거다.
■ 업계 "당국 모범규준 시행 준수 영향...조달원 다변화"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시행한 '여신전문금융회사 유동성 리스크 모범규준' 시기와 맞물린다고 말했다. 적용 대상에는 수신 기능 없이 여신 업무만 하는 신용카드·캐피탈사 등 금융회사가 포함됐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대금 지급 등을 위한 자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최근까지도 조달 채널은 카드채에만 쏠려(전체의 70% 이상)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같은 조달구조에서 부실화 시 여전채를 보유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사로 부실 전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 분석이다.
다만 지난 4월~6월 AA+등급 4년·5년 만기 카드채 발행총액은 5400억원 규모로 같은 기간 장기 CP 발행액에 비해 현저히 작다. 최근 3개월간 금리는 만기 4년 최소 1.616%~최대 1.900% 사이, 만기 5년 최소 1.660%~최대 1.953% 사이에서 발행됐다.
대부분 카드사들의 기업어음증권은 신용등급 A1이다. 실제 발행사례는 시장 상황과 발행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만기 3년물이 1.407%~1.683%, 만기 4년물이 1.548~1.727%, 만기 5년물은 1.704~1.822% 사이를 찍었다.
카드사 관련 부서 한 관계자는 "여전사 유동성 리스크 모범규준 시행 계획이 앞서 나왔기 때문에 계획했던 대로 조달원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금리는 유사한 수준으로,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 기대와 큰 개연성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