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패션 70s`는 한국사의 격동기인 70년대 국내 패션계를 배경으로 젊은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는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큰 요인이지만, 제목에도 드러나듯 경제발전의 그림자가 짙었던 시대적 배경과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패션계의 이면과 상류층 생활상이 등장해 흥미를 끌고 있다.
이와 함께 50%가 넘은 시청률로 이른바 `국민드라마`의 명예를 안고 피날레를 장식한 MBC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은 `김삼순`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캐릭터를 통해 대한민국 여자들의 현실과 속마음을 속시원히 대변해주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드라마의 주무대인 레스토랑, 청년실업 시대에 대안직업으로 떠오른 파테쉐와 삼순이표 `패션스타일` 등 매력적인 드라마 요소가 화제가 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드라마의 인기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 ‘스타들의 톡톡 튀는 개성 패션’이라는 것. 유행을 주도하는 스타들의 의상은 심심치않게 의류매장의 베스트셀러 품목으로 내걸린다. 패션을 통한 자기표현에 관한 한 한국 여성들의 순발력은 단연 최고이기 때문. 인기 드라마 주인공의 패션에 관한 문의는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고 나아가 드라마 별로 패션 아이템을 게시해 안내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패션스타일이 현대사회의 매체 다변화와 소통의 신속성을 통해 일종의 `문화코드`로 등장한 현실 속에서 `유행은 과연 시대의 거울인가`라는 의문을 던진 책이 눈길을 끈다.
`패션의 유혹 - After a Fashion`(2005. 청년사)은 대중의 심리를 웅변하는 패션 트랜드의 영향과 패션이 지닌 문화사적 의미를 짚어보는 책이다.
저자인 호주 모나쉬대 조안 핑켈리슈타인 교수(사회학, 문화사)는 넥타이 색깔과 옷의 질감, 구두의 높낮이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통해 성적인 욕망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또 그 패션과 스타일이 사람의 개성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흥미롭게 설명한다.
삼순이의 일상복이 30대 미혼 여성들의 일상 생활 속 패션스타일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삼순이표 브랜드`가 등장한 것처럼 미디어는 패션의 흐름을 매개하는 일종의 창구가 된다. 제3장 `패선을 말하다`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으로 제시된 사례를 볼 때 가늠할 수 있는 일이다.
책에서는 이렇듯 패션에 의한 일상사의 소통구조를 사회적 현상과 관련시켜 거시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이와 더불어 미디어 인류학, 역사학, 미술, 복식사, 마케팅 이론 등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패션문화사를 소개하고 있다.
청바지의 의미, 백화점과 도벽을 비롯 근대 사회와 패션의 역할, 소비사회와 젠더 등 목록만으로도 이야기 거리가 무수하다. 패션은 그 자체만으로 또 소유한 사람에게까지 다양한 사회, 문화적 의미를 제공하고 감추어진 내면을 드러내게 한다는 사실도 살펴볼 수 있다.
롤랑 바르트, 미셸 푸코, 발레리 스틸 등 프랑스 구조주의를 중심으로 패션에 대한 관점과 `상부구조`의 한 축인 문화현상으로서의 패션, 정신분석학에서 본 패션과 성의 상관관계들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사진 = SBS, MBC 제공)[북데일리 송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