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들'로 돈 버는 회사…SK그룹, 폐기물 행보 가속
'쓸모없는 것들'로 돈 버는 회사…SK그룹, 폐기물 행보 가속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6.2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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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별 투자·연구개발 속도戰
탄소중립 조기 달성 추진한다…CEO들 역량 결집
최태원 회장 “넷제로는 경쟁력의 문제”
사진=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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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SK그룹이 폐플라스틱, 폐배터리, 폐기물 등 '쓸모없는 것들'에 주목하고 있다. 쓰임이 다한 페트병과 배터리에서 원료를 뽑아 재활용하는 기술을 지닌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거나 직접 연구·개발에 나서는 한편, 아예 처리업체를 인수하는 식이다. 그룹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일환이다. SK그룹은 이와 함께 '넷제로(Net-zero, 탄소중립)'를 조기에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 SK종합화학, 美 '해중합 기술' 보유 업체 지분 투자

25일 SK그룹에 따르면 그룹 에너지·화학 계열사인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을 분해·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루프인더스트리에 5650만달러(한화 630억원)를 투자, 지분 10%를 확보했다. SK종합화학은 이로써 폐페트를 화학적으로 분해·재활용할 수 있는 해중합 기술을 보유함과 동시에 아시아 지역 내 재활용 페트의 생산·판매 독점권도 갖게 됐다.

루프인더스트리는 해중합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다.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폐페트를 반복해서 재활용해도 품질 변화가 없는 화학적 분해 기술에 주목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식에는 기계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 두 가지가 있다. 기계적 방법은 단순히 폐플라스틱을 분쇄·세척한 뒤 녹이는 방식이다. 화학적 방식은 해중합 기술과 열분해 기술로 나뉜다. 해중합 기술은 플라스틱을 이루는 큰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 플라스틱을 기초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열분해 기술은 폐비닐 등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원료를 추출하고 석유화학제품의 납사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최근 들어 화학적 방식에 글로벌 화학업체들의 투자와 연구·개발이 집중되는 추세다.

루프인더스트리가 보유한 해중합 기술은 저급으로 재활용되는 오염된 페트병이나 전량 소각이 불가피한 폴리에스터 폐섬유를 저온에서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이다.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려 신제품과 동일한 품질로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K종합화학은 이번 지분 인수에 따라 생산 설비 구축에 나선다. 합작회사를 설립, 오는 2023년까지 국내에 연산 8만4000톤 규모의 폐페트 처리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 같은 공장을 2030년까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내에 총 4곳으로 확장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투자가 완료될 경우, 연간 40만톤 이상의 폐페트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로 확보한 해중합 기술은 회사 측이 지난 1월 협력 관계를 구축한 미국 브라이트마크의 열분해 기술과 함께 SK종합화학의 핵심 재활용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에 몰두 중

SK종합화학이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몰두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시대에 쏟아질 폐배터리를 분해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한창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폐배터리 양극에서 수산화리튬 형태로 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수산화리튬은 탄산리튬에 비해 배터리 효율성이 뛰어나다. 주로 광산에서 생산한다. 호주 등이 주 생산국이다.

양극에서 회수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핵심 물질을 추출해내는 것은 상용화됐지만, 리튬을 고순도의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 확보도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통상 전기차값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배터리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원재료 가격과 안정적 공급선 등이 꼽힌다. 이에 따라 수산화리튬 등 우수한 원료를 추출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무엇보다도 재활용·재사용 기술을 확보하면, 배터리 폐기 시 유발할 수 있는 환경 오염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는 그룹 수장인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ESG 경영·파이낸셜 스토리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그린밸런스 2030’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과 배터리 순환경제 모델인 BaaS(Battery as a Service)를 소개했다.

BaaS는 배터리 렌탈, 충전, 재사용,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북경자동차 산하 배터리 재사용 기업 '블루파크스마트에너지'의 지분 13.3%를 취득했다. 향후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를 지닌 중국 시장에서 배터리 재사용 전반에 대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 건설 계열사 SK에코플랜트, 폐기물 처리업 대두

SK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는 사명을 변경하고 곧장 폐기물 처리업체 4곳을 동시에 인수했다. 지난해 1조원을 들여 환경시설관리(EMC홀딩스)를 인수하는 파격 행보를 보인 지 10개월 만이다.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기존 건설업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진짜 친환경' 사업에 한발 다가갔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4개 폐기물 처리업체는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등이다. 각각 클렌코는 폐기물 소각과 폐열을 이용한 스팀 생산·공급을, 대원그린에너지는 폐기물 소각·폐열 발전을 영위한다. 새한환경은 폐기물 소각기업으로 하루 96톤의 처리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디디에스는 의료폐기물 소각 전문 기업이다.

특히 디디에스가 영위하는 의료폐기물 소각은 지정 업체만이 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인수로 산업폐기물과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동시에 확보, 환경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SK에코플랜트는 "앞으로 건설업에서 쌓아온 핵심 역량과 인수 기업들의 노하우, 친환경 신기술 등을 활용해 폐기물 처리 고도화·선진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사업과 태양광·풍력 등 신에너지사업이 포함된 플랜트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1조53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플랜트사업 부문은 에코비즈니스, 에코에너지, 에코엔지니어링 사업의 합계다. 매출에서 원가를 제외한 이익의 비율인 매출총이익은 853억원으로 전 사업 부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한편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23일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전 세계적 화두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로 결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고려하면, 넷제로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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