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시작하기도 전에 끝난다는 지식산업센터…"따질 게 많네"
분양 시작하기도 전에 끝난다는 지식산업센터…"따질 게 많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6.23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진입 장벽에 '반사이익' 톡톡
"영등포·가산·성수·문정, 분양 시작도 전에 끝날 정도"
"중소·스타트업 이주 잦아…시세 차익 보장 안 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OO지식산업센터 분양가 매수 관련 문의드립니다. 평당 얼마면 적당한 가격일까요?” “요즘은 비주거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답이죠. 아파트는 대출도 어렵고 규제로 꽉 막혀 있으니. 이곳은 입지도 뛰어나서 미래 가치가 더욱 보장됩니다” “요즘은 지식산업센터도 피(P·프리미엄)가 붙어 팔려요”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하루에도 수 건씩 올라오는 지식산업센터 관련 문의와 답변이다.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이 옥죄이면서 대체 투자 상품으로 지식산업센터가 떠오르고 있다. 느슨한 대출 규제와 정부의 지원책이 맞물려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점은 가장 큰 메리트다. 다만 최근 2~3년 동안 급격히 늘어난 공급량과 이에 따른 공실률 증가, 입지에 따라 확연한 수익성 차이는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 아파트형 공장서 지식산업센터로…진입장벽 낮아 접근 용이

23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신설된 지식산업센터 승인 건수는 77건을 기록했다. 지난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올해 5월 말 기준 전국 지식산업센터현황을 보면 변경·신설 등록된 지식산업센터는 총 1245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는 단독으로 공장을 짓기에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함께 입주할 수 있는 다층 건물이다. 3층 이상, 6개 이상의 사업장(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업)이 입주한 집합건물로 공장과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들어선 건물을 의미한다.

당초 지식산업센터는 토지 이용의 고도화와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등장했다. 주로 홍콩, 싱가포르 등 공업용지가 부족한 국가에서 활성화된 형태다.

지식산업센터가 최근 투자상품으로 떠오른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규제가 적은 점이 꼽힌다. 먼저 지식산업센터는 집합건물의 특성상 호실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다. 호실별로 거래가 이뤄져 상대적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해 진입 장벽이 낮다.

또 입주 자격에 제한이 있지만, 지식산업센터 사무실을 분양받아 입주한 기업들은 금융권 대출금리 인하와 취득·재산세 감면 등과 같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직접 사용하거나 사업 시설용으로 분양 또는 임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의 35%를 감면해준다. 이 기간  지신산업센터를 분양받아 직접 입주해 5년간 사용하는 기업은 취득세 50%, 재산세 37.5%를 탕감받을 수 있다.

대출 규제도 느슨하다.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분양가 대비 투자 금액은 더 낮다. 경기도권을 기준으로 지난해 3.3㎡(평)당 분양가는 7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분양가 대비 매매값도 상승세다.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KB부동산시장 리뷰를 보면, 지난해 7월 기준 서울 소재 지식산업센터 363개 가운데 89%가 금천, 구로, 강서, 성동, 영등포 등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식산업센터의 3.3㎡당 평균 거래 가격은 3.3㎡당 평균 분양가 대비 2배 수준인 1000만원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영등포·가산·성수·문정 등지에서는 분양을 시작하기 전에 끝났다는 말이 돌 정도로 마감이 빠르다"면서 "서울시 내 주소지를 둔 지식산업센터는 활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보통 아파트나 상가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데 강화된 대출 규제 등으로 지식산업센터로 몰리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 공급 증가에 따른 공실 위험…수도권 밖 혜택 집중에 주의해야

지식산업센터에 투자의 손길이 뻗치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수익형 부동산의 특성상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려운 점과 한정된 수요, 입지 조건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임대 수익 등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식산업센터는 매월 나오는 임대료를 목적으로 하는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주택이나 다른 상업용 건물과는 달리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매매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이는 일부 지식산업센터에 한정된 이야기다. 공급 과잉으로 오히려 가격이 떨어질 위험도 상존한다.

또 한정적인 수요로 입주 업체가 없을 경우 장기간 공실에 빠질 수 있다. 제한된 기업(연구개발·기술서비스·출판)과 연구기관, 벤처기업 등 만이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 대상 시설이 아닌 용도로 활용할 수도 없다. 이 경우 양도나 임대가 불가능하다.

입지 조건에 따른 수익 격차도 크다. 역세권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는 교통망이 우수해 인기가 많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이 같은 메리트는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인접하지 않거나 동떨어진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는 미분양인 경우가 많다"면서 "입지 조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수도권 외 지역 지식산업센터 입주 기업에 세제 감면 정책을 펼치고 있어, 수도권 내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으로 이전하는 중소기업은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소득세와 법인세가 100% 감면된다. 성장관리지역으로 이전할 경우에는 취득세 100% 감면, 법인세 4년간 100% 면제와 이후 2년간 50% 감면, 재산세 5년간 100% 면제, 이후 3년 50% 감면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식산업센터는 수익률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이곳에 입주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폐업이나 이동이 잦아 꾸준한 임대 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이어 "보통 수익형 부동산의 장점은 시세 차익과 임대 수익인데 지식산업센터는 임대 수익은 발생하겠지만, 시세 차익은 보장할 수 없다"며 "지을 수 있는 곳도 준공업지역으로 한정돼 있어, 물량이 몰린 데 따르는 공실률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