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新키워드 '재활용'…LG엔솔·SK이노 동상이몽
배터리업계 新키워드 '재활용'…LG엔솔·SK이노 동상이몽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5.12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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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폐배터리로 ESS 만들고 원료까지…전방위 활용
SK이노는 '친환경'에 방점…美 연구원 인증받아
"폐배터리 성능 등 평가 기준 필요…글로벌 시장으로 넓혀야"
사진=각사
사진=각사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배터리업계에서 '재활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의 시대로 접어들면서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5년여 뒤 2200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향후 무수히 쏟아질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리게 한다. 국내 배터리업계 양대 산맥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자의 방식으로 배터리 재활용에 방점을 찍었다.

■ LG엔솔-GM JV, 배터리 재활용 업체와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

1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업체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의 재활용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의 코발트·니켈·리튬·흑연·구리·망간·알루미늄 등 다양한 배터리 원재료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원재료는 95%가 새로운 배터리 셀의 생산과 관련 산업에 재활용이 가능하다.

아재이 코챠 리-사이클 최고경영자(CEO)는 “얼티엄셀즈와의 협력은 배터리 생산 부산물 등을 쓰레기 매립지에서 돌려보내고 상당량의 가치가 있는 배터리 원재료를 공급망으로 되돌려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원재료 채굴에 대한 대안으로, 지속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 원재료 회복 기술로 한발 전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얼티엄셀즈 전기차 배터리 팩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폴란드, 한국 오창 등 공장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유수의 업체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와 함께 재활용 실증 사업에도 나섰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 현대자동차, 현대글로비스, KST모빌리티 등과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다.

■ 폐배터리로 ESS 만들고 배터리 원료까지…재활용 끝장 본다

이 협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 후 배터리를 사들여 안전성과 잔존 가치를 분석하고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든다. 전기차 급속 충전기에 탑재해 배터리 재활용 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이 같은 전기차에서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ESS로 만들어 활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ESS 시스템’을 오창공장에 설치하면서다.

1년여의 개발 기간을 걸쳐 만들어진 ESS는 10만 km이상을 달린 전기 택시에서 떼어 낸 배터리로 만든다. 이는 전기차 충전에 사용된다. 100킬로와트(KW) 충전기로 GM의 전기차인 '볼트'를 1시간가량 충전하면 300km를 달릴 수 있도록 완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자료=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재사용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다. 재사용한 폐배터리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분해·정련·제련 등의 과정을 통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메탈을 뽑아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배터리 공장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중국은 올해 안에, 한국·폴란드는 내년까지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폐배터리는 잔존 수명과 배터리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재사용도 가능하다"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 확보·적합한 용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SK이노, 美 연구소서 재활용 기술 친환경성 검증받아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재활용에 친환경을 가미했다.

직접 개발한 배터리 금속 재활용 기술의 친환경성이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국가 지정 연구기관인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서 검증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다.

배터리 금속 재활용 기술은 SK이노베이션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독자 기술이다. 사용 후 배터리에서 회수된 리튬이 NCM811 등과 같이 하이 니켈 양극재 제조에 직접 활용될 수 있도록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우선 추출한 후, NCM 금속을 추출하는 형태다.

이 같은 특징은 기존 습식공정으로 알려진 니켈·코발트·망간 회수 기술에서도 화학 물질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어, 더욱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기술로 평가받았다.

아르곤 국립 연구소가 배터리 생애주기 평가(LCA)를 통해 이 기술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기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는 주요 소재의 채굴에서 고온의 화학 물질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황산화물(SOx) 등 대기 오염 물질이 대량 발생해 환경 문제를 초래했다. 이에 전 세계 배터리업계는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필요성을 주목했다.

아르곤 국립 연구소는 SK이노베이션이 자체 개발한 기술로 수산화리튬을 제조하면 기존 리튬광산 생산 방식 대비로는 74%, 리튬호수 생산방식 대비로는 41%가량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소시킨다고 평가했다.

또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제조할 경우에는 리튬광산 원료 대비 47%, 리튬호수 원료 대비 39%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독자 개발한 배터리 금속 재활용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SK이노베이션은 경쟁 배터리 제조사와는 차별적인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보다 친환경적으로 배터리 양극재 원소재를 확보하고, 글로벌 환경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배터리 산업 선두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용 후 배터리 처리에도 친환경…전문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야”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기아와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년 동안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독자 개발한 리튬 회수 기술을 활용, 사용 후 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니켈·코발트 등 금속 자원을 회수했다. 이를 다시 배터리용 양극재 제조에 활용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기아와 함께 ▲전처리(배터리 분해) ▲금속자원 회수 ▲양극재 이용 ▲배터리 제조 ▲차량 장착에 이르는 전기차(EV) 배터리 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사용 후 배터리의 처리에도 친환경을 적용한다고도 밝혔다.

양사가 이토록 배터리 재활용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동력차 판매량이 294만3172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리서치·컨설팅업체인 SNE리서치는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2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19년 기준 15억달러(1조6500억원)에서 2030년 181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생애주기에 대한 활용이나 관리가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라며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좁기 때문에 이를 산업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전기차 배터리는 잔여 성능에 따라 ESS, 이륜차, 경운기 등 용도가 무궁무진하다"면서 “폐배터리 점검과 잔여 성능에 대한 평가 기준·기관 등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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