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12조, 마땅한 의무"…분할 내용은 발표 안 해
"상속세 12조, 마땅한 의무"…분할 내용은 발표 안 해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4.28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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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사재, 의료사업 지원…감염병 전문병원 짓는다
소장 미술품 전부 국립기관에 기증
상속세 규모, 지난 한 해 정부 상속세입 규모 4배
상속세 연부연납 이달부터 5년간 6차례…"주식 분할 이견 없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인들이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동시에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을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28일 유족들을 대신해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유족들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는 '공존경영'을 강조해 온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사상 최고의 상속세 납부와 더불어 사회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고인의 주식 분할 상속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유족간 협의가 끝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 1조원 사재, 의료사업 지원…감염병 전문 병원 설립

먼저 상속인들은 이 회장이 지난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약속한 1조원가량의 사재 출연 계획을 이행한다. 약속 13년 만에 유족들의 뜻에 따라 사회에 환원되는 것이다. 이 회장은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우선 유족들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한다.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된다.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된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한 후, 관련 기관의 협의로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3000억원

유족들은 이와 함께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와 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는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천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와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 이 회장 소장 미술품 2만3000점 기증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은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유족들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과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과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한다.

■ 상속세 12조원 이상…분할 내용은 발표 안 해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으로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 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지분 분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회장의 주식 분할은 삼성의 주가 변동은 물론 지배구조를 좌우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이다.

이 지분에 단순 법정 상속비율을 적용하면 홍라희 여사가 9분의 3(33.33%), 세 남매가 각각 9분의 2(22.22%)로 홍 여사에게 가장 많은 지분이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재계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분 정리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를 이 부회장에게 넘기고, 삼성생명 지분을 가족 4명이 나눠 갖는 방안 등을 점친다.

삼성 일가는 이달 30일까지 상속 재산을 평가해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하는데 이때까지 유족간 지분 분할 합의가 안 될 경우 분할 비율을 추후 결정해 수정 신고할 수 있다. 별도의 시한은 없다.

지분 상속으로 대주주 지분 변동이 생긴 삼성 계열사는 그 내용을 분할 합의후 5일 이내 공시를 해야 한다. 다만 이 역시 시한은 없어, 합의가 장기간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삼성 일가는 지난 26일 금융당국에 삼성생명의 대주주 변경 신고를 하면서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20.76%를 분할하지 않고 공동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족들을 대신해 "유족간 주식 배분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만간 지분 분할 내역도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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