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허브' 제외 출구전략에...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속도내나
한국 '허브' 제외 출구전략에...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속도내나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4.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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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씨티그룹, 장기 수익성 강화 위한 사업재편 '공식화'
금융권, 분할·통매각 또는 점진적 폐지 가능성 등 거론
"고객 서비스, 계획 확정 전까지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
태국 방콕의 씨티은행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국 방콕의 씨티은행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씨티그룹이 한국 등 13개국 시장에서 개인금융 철수를 공식화한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의 구체적인 출구전략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분리매각이나 통매각, 단계적 철수 등 3가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객 금융서비스의 경우 향후 구체적인 계획 확정 전까지 동일하게 제공될 전망이다. 

■ 분리·통매각 또는 단계적 철수…소매금융 '출구전략' 관심 고조 

19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본사인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사업 출구전략을 추진하기로 한 결정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같은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추진에  금융권에선 어떤 방식의 출구전략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씨티그룹의 소매금융 출구전략은 한국을 비롯해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 총 13개국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추진 방식이나 목표 시한 등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에서는 3가지 경우의 수가 거론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산관리(WM)와 신용카드 등 각 사업 부문을 분리, 별도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같이 출구전략을 진행하는 호주에서 추진될 방식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대출과 예금 등 소비자금융 사업을 통매각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지난 2014년 일본에서 사례가 있었다. 씨티그룹이 일본씨티은행의 개인금융 부분을 매각하면서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이를 인수했다. 

마지막 선택지는 점진적 축소를 통한 소비자금융 사업 전면 폐지다. 앞서 2013년 HSBC은행이 이같은 방식을 통해 개인금융 업무를 폐지했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사업 재편 관련 구체적인 후속 계획을 내놓으며 금융당국과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사업 재편의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이사회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객 및 임직원 모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검토, 수립 및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감독 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하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 철수 배경은 관치금융 탓?...씨티그룹 "전략 재편...기업금융 주력" 

씨티그룹의 한국 소매금융 철수 배경을 두고 갖가지 해석도 분분하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규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잘 되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결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배당 제한 권고 등 '관치금융'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당국의 배당규제 권고에 따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대부분이 지난해 배당성향을 20% 내외로 맞춘 바 있다.  

반면 씨티그룹은 국가별 경쟁 우선순위를 부여, 장기적 관점의 수익성 개편 작업이라고 이번 출구전략 취지를 설명했다.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아시아와 유럽, 중동 전역 13개 시장 규모 개인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하고 기업금융은 남겨두는 한편, 싱가포르와 홍콩,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영국 런던 4곳의 '허브'에서는 개인 소비자금융 영업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와 관련,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계속되고 있는 전략 수정 결과로, 우리는 자산을 두 배 감소시키기로 결정했다"면서 "13개 시장도 우수한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가 경쟁해야 할 규모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시아에서는 (거액)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에서 더 높은 수익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한국씨티은행 "고객 서비스, 계획 확정 전까지 유지...불편 최소화 노력"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철수설은 2014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 다만 이번에는 소매금융 영업이 중단되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업계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총자산은 69조5000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2.8% 감소한 187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총여신(대출)은 24조3000억원 가운데 소매금융 부문은 16조9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전체 소매금융 자산 620조2000억원 중 2.7%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의 직원 수 3500명 중 소매금융 임직원 수는 71%에 해당하는 약 2500명에 이른다. 앞서 2017년 은행 점포 대규모 축소를 단행했을 때 인력조정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매각, 통매각 등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일 지는 미지수다. 이에 앞서 한국씨티은행이 명예퇴직 등을 통한 인력조정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씨티그룹의 입장 공식화로 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들과 개인 고객들은 술렁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조만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향후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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