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작가 특별초대전 '색과 빛이 시소게임하는 오묘한 회화세계'
박영훈 작가 특별초대전 '색과 빛이 시소게임하는 오묘한 회화세계'
  • 임채연 기자
  • 승인 2021.04.06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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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작가
박영훈 작가

[화이트페이퍼=임채연 기자] 치밀하다. 하지만 그 치밀함이 닫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열림을 향한다. 색이면서 빛이되고, 추상이면서 형상이 보인다. 오묘한 회화세계다.

박영훈 작가가 오는 23일까지 갤러리 마리에서 특별초대전을 갖는다.

작가는 얇은 반무광 칼라알루미늄을 6가지 사이즈, 5가지의 형태의 작은 덩어리로 잘라서 의료용 핀셋으로 캔버스위에 옮겨 붙였다. 게다가 그위를 무광 투명 우레탄으로 도장까지 하면서 어마무시하게 시간과 노동을 투여했다. 아니 수고를 감내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얼핏 보면 반도체 회로판이나 배전판처럼 보인다. 기계로 찍은 듯이 보이는 회화작품이 사실은 10,000개가 넘는 작은 덩어리로 이루어진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 보면 미니어처에 가까운 조각설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공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이나, 디오라마 처럼 보인다.

가까운 거리에서 작품을 보면 그 점들을 입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다. 점들이 만들어 내는 입체적 질서를 지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에서 멀어지면 입체적 캔버스가 평면적인 색의 향연처럼 보이다가 급기야는 색이 만들어 내는 빛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흐릿한 형상이 감지된다. 더 멀리 물러서면 색면 추상이 된다. 색과 빛의 시소게임이다.

형태와 색의 교차속에서 관객들은 물질성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라는 감각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이 박영훈 작품이 부리는 마술적 효과 때문에 갤러리 공간은 색 속에서 물질이 사라지는 감각적 공간으로 탈바꿈 한다. 마치 라이프니츠적인 세계에서 완결된 최소 단위인 모나드들이 모여서 조화롭게 구성되는 거대한 세계 같다. 박영훈의 회화는 그 자체가 원인이 되는 완전체라 할 수 있다. 완벽한 틀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자체 완결적인 점들이 그대로 예술가의 지각과 욕구로 수렴되면서 ‘또 다른 완전한 세계’가 하나의 작품으로 창조된다고 할 수 있다. 마치 한 없이 쪼개져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최소 단위를 만들어서, 그것들을 다시 쌓아가는 수학의 미분적분을 닮았다.

김웅기 평론가의 말처럼 스스로 완성되고 완결된 화폭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고독으로 내몰린다. 고상하고 낭만적인 모습으로 애써 철갑을 두를 뿐이다. 자신만의 내면을 그 누구에게도 쉽게 열어보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자기만의 세계를 매우 도발적으로 수줍게 드러내고 있다.작가의 매력이다. 화폭처럼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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