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전반측] 카드사 직원들은 왜 카드사를 떠나나
[금융 전전반측] 카드사 직원들은 왜 카드사를 떠나나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1.03.2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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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퇴직하면 얼마나 줍니까?”..밖으로 눈 돌리는 직원 증가 추세
안에서도 밖에서도 치이는 카드사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존폐 여부 우려, 더이상 미래 문제 아냐..먹구름 낀 카드업계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초까지 불과 1년여 만에 260여명의 카드사 직원들이 ‘타의반 자의반’으로 회사를 떠났다. 비용절감이 필요해진 카드사와 회사를 떠나고 싶은 직원들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직원 스스로 카드사에 남는 것에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초까지 불과 1년여 만에 260여명의 카드사 직원들이 ‘타의반 자의반’으로 회사를 떠났다. 비용절감이 필요해진 카드사와 회사를 떠나고 싶은 직원들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직원 스스로 카드사에 남는 것에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춘래불사춘,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카드사들이 처한 상황과 어울리는 말인 듯싶다. 지난해 플러스 성장세를 보인 카드사에 희망퇴직 찬바람이 불고 있다. 다만 이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측의 권고로만 이뤄지는 건 아닌 분위기다. 직원 스스로 먼저 퇴직을 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

이같은 현상에 대해 카드업계에는 직원 스스로 카드사에 남는 것에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제는 발전 가능성보다 지속가능성이 우려스럽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악화일로를 걷는 카드사들이 느끼는 불안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저 퇴직하면 얼마나 줍니까?”..밖으로 눈 돌리는 직원 증가 추세

최근 KB국민·하나·우리카드 3곳이 연초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희망퇴직을 단행한 롯데·비씨카드까지 합하면 8곳 카드사 가운데 5곳이 감원에 나선 셈이다.

국민카드의 경우 만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총 23명의 직원이 퇴사했으며 36개월치 특별퇴직금과 자녀 학자금이 지급됐다. 우리카드 역시 총 10명이 퇴사를 결정했는데 이는 2013년 분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카드는 퇴사자들의 직급과 연령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하나카드 역시 20여명의 직원들이 퇴사했다. 하나카드는 퇴직자들에게 연봉의 260% 수준 퇴직금과 자녀학자금, 의료비, 전직 지원금 등을 지급했다.

이에 앞서 작년 하반기 롯데카드와 비씨카드에서 각각 200여명과 10명이 퇴사해 총 260여명이 카드사를 떠났다.

이렇듯 최근 카드사에 대규모 희망퇴직 바람이 부는 것은 비용절감이 필요해진 카드사와 회사를 떠나고 싶은 직원들의 니즈가 부합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9년에도 대규모로 희망퇴직이 실시됐지만 그때와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최근 희망퇴직의 경우 직원들이 먼저 회사에 퇴직을 요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할 나이가 되지 않은 직원들의 희망퇴직 문의도 늘고 있다”면서 “몫돈으로 자영업 등 제2의 삶을 노리는 사람도 있고, 특히 핀테크 쪽으로 넘어가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이유를 밝히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카드사에 근무하는 것에 대한 매력을 잃어가는 인력이 확대하는 분위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치이는 카드사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해 카드사들의 실적은 좋았다. 이 기간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우리·하나) 카드사들의 잠정 당기순이익은 2조614억원으로 전년대비 25.2% 증가했다. 다만 이는 비용을 최대로 줄여 수익성을 방어한 ‘불황형 흑자’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비용지출은 2019년 이후 급격히 줄었다. 8곳 카드사들의 비용 증가율은 ▲2015년 17.20% ▲2016년 10.77% ▲2017년 13.70% ▲2018년 10.26%였으나, 2019년 6.63%로 큰 폭 줄었고 지난해에는 1.34%까지 쪼글아들었다. 마케팅이나 광고선전비 등을 들여 수익 창출 활로를 뚫어야 하지만 비용을 줄이는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카드사의 본업인 지급결제는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의 ‘2020년 국내 지급결제 동향’ 자료를 보면, 작년 지급카드 총 이용규모는 연간 2조5210억원으로 전년(2조5050억원)보다 0.6% 소폭 증가했다. 2018년(2조3670억원) 5.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한 모습이다. 이마저도 카드사를 통해 지급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제외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간편결제에서도 핀테크 기업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모바일기기(스마트폰)를 통한 비대면 결제 잠정 이용규모는 일평균 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나 성장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은 작년 4분기에만 41.5%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카드 기반 간편결제서비스가 아닌 ICT·유통업체 등이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비중은 62%를 나타냈다.

간편결제 기업이 결제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2019년만 해도 카드사들은 큰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다. 신용카드사를 통해 결제를 일으키는 구조가 지속할 것이란 안심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편결제의 성장성이 갈수록 확대되는 가운데 앞으로는 핀테크 기업도 카드사가 독점해온 후불결제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간편결제 시장 장악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는 모양새다. 카드업계는 이제 카드사들의 지속가능성을 염려해야 할 때가 본격화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더욱 낮아지는 것도 카드사들에는 큰 위기다.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수수료 재산정을 위한 원가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2018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후 3년 만이다. 수수료율이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졌기 때문에 더이상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카드사들은 이번에도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당시 금융당국은 매출 5억∼30억원인 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65%포인트(p), 체크카드 수수료를 최대 0.46%p 각각 인하하는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또 우대가맹점 적용 범위가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카드사들과 가맹계약을 맺은 전체 가맹점 중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성 방어하는 것도 한계에 도달한 실정인데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더 치명적일 것”이라면서 “2018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에서도 수수료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카드사들은 수익성 방어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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