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 열풍에 가계빚 천조시대...은행권, 득될까 실될까 ‘골머리’
‘영끌·빚투’ 열풍에 가계빚 천조시대...은행권, 득될까 실될까 ‘골머리’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1.03.1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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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 1003조1000억원...역대급
금리 올리는 시중은행, 대출 금리 1%만 올라도 이자 12조↑
은행권, 이자이익이냐 부실폭탄이냐 ‘고심’
은행권이 가계대출 규모가 역대급으로 불어나자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지 부실 대출로 이어질지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이 가계대출 규모가 역대급으로 불어나자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지 부실 대출로 이어질지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육박했다. 통상 대출규모가 늘어나면 그만큼 이자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에 은행에는 호재가 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는 대출 부실 뇌관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은행권은 역대급으로 불어난 대출이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지 부실 대출로 이어질지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내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원으로 전달 말(996조4000억원)보다 6조7000억원 증가했다. 2월 증가 폭으로는 지난해 2월(9조3000억원)에 이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크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33조3000억원)이 한 달 사이 6조4000억원 불었다. 이 역시 2월 기준으로 작년(7조8000억원)에 이어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 증가 폭도 한 달 새 2조4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1조원 커졌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잔액 268조9000억원)은 1월 말보다 3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한 것은 지난해부터 부동산·주식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을 내 투자)’가 누적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금융업계 시각은 기대 반 우려반,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급증한 대출잔액의 이자이익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이는 차주들의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때의 일이다. 만에 하나 부실 대출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경우 이는 곧 은행의 비용(대손충당금) 증가로 이어져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소폭 올리자 벌써부터 부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61~3.68%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말(1.99~3.51%)과 비교하면 금리 하단선이 0.6%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상승했다. 같은 날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코픽스 연동)는 연 2.52~4.04%로 2주 만에 최저 금리가 0.18%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12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소득 상위 20%를 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6조6,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은행권의 연체율 수치는 아직까지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원금 만기 및 이자 유예 조치가 반영된 영향이 크다. 그러니까 은행권은 언제 터질지 모를 ‘부실 폭탄’을 안고 가는 셈이다. 은행권이 이자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출 규모 급증에도 웃을 수없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로 불어난 것도 문제지만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중에서 부실로 갈 수 있는 게 얼마나 될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차주들의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제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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