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옵티머스, '사기꾼'이 문제라던 금감원...책임은 판매사만?
[기자수첩] 옵티머스, '사기꾼'이 문제라던 금감원...책임은 판매사만?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1.03.08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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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사기를 방지할 수는 없다. 누군가(운용사)가 누군가(당국·판매사)를 속이면서 서류를 조작해서 돈을 빼돌렸는데, 그거를 감독한다는 것은 사실 사기가 벌어진 후 수사 당국이 수사를 해야 할 일이지 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원이 할 일은 아니다. 수사당국과 감독당국이 할 일은 엄연히 구분 있다.”

이는 라임자산운용부터 옵티머스자산운용까지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셀 때 금감원의 한 관계자가 필자에게 한 말이다.

5000억원 규모의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가 최근 ‘100% 원금 반환’ 두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내달 초 열릴 예정인 옵티머스 펀드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 같은 분쟁조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문제가 된 상품들의 주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던 ‘공공기관 매출채권’의 실재성 검증을 마무리한 결과,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제안서에 언급된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철도공단, 춘천시, 경기도교육청 등 5곳에 문의한 결과 '옵티머스가 투자 대상으로 삼은 매출채권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취지의 공식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정도의 사항을 계약 당시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그러니까 판매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위조됐다는 사기를 미리 알아채지 못했고, 몰랐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못했으나 어쨌든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원금을 모두 돌려주게 된 셈이다.

금감원의 계획대로 된다면,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총 4327억원을 투자자에 물어줘야 한다. 물론 이는 NH투자증권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해야 하는 것으로 강제성은 없다. 다만, 여야를 막론한 정부와 금융당국, 온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조정안을 거부하고 소송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의 문제는 운용에 있어 부실자산이나 있지도 않은 자산에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속였고, 속이기 위해 문서들을 위조한 점이다.

옵티머스는 해당 펀드가 정부 산하 기관 및 기업 발주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 등의 매출채권을 만기 전 할인 가격으로 구입하고, 만기가 오면 원금에 일정(2~3%) 수익금을 얹어 돌려주는 구조라고 서류에 명시했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옵티머스 펀드에 대거 몰려든 것도 ‘공공채권’에 투자해 안전하다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환매가 중단된 5100여억원 중 90%에 가까운 자금이 대부업체나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 투자됐다. 일명 ‘자산 바꿔치기’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

금감원의 이번 조사대로 옵티머스가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던 위 공공기관 매출채권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옵티머스가 자산 바꿔치기 과정에서의 모든 문서를 위조하고 날조했기 때문에 채권은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렇게 위조로 완성된 투자제안서는 2017년 12월 금감원의 상품검증 조사부터 수탁은행인 하나은행, 수탁책임기관인 예탁결제원, 판매사인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 등을 무사히 통과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발생 초기부터 최근까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받아낸 채권양수도계약서와 채권양도도달통지확인서 모두 예탁결제원의 서류 내용과 전혀 다를 바 없음을 확인했는데, 문서를 위조해 작정하고 속이는 운용사를 증권사가 어떻게 의심을 하고 수사를 했겠느냐는 것.

사모펀드 특성상 운용사는 판매사에 신탁명세서, 매출채권 원보유사 확인 등등 위 서류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판매사는 운용사가 거절하면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다만 환매 중단 이슈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던 지난해,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측에 서류 제공을 강력히 주장, 4월 6월 두 차례에 걸쳐 채권양수도계약서와 채권양도도달통지확인서를 받아냈다. 당시 NH투자증권은 해당 서류들을 예탁결제원에 기재된 서류 내용과 도장까지 같은지를 확인한 바 있다.

증권업계 및 시장전문가 대다수는 필자에게 “운용사가 공중분해 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억울하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은 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판매사만 때려잡는’ 판매사 전액배상 방식은 금융당국이 대단히 무책임하고 사태 종결을 위해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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