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전반측] 당국 권고, 코로나 만큼의 무게...은행권, 대출 재연장에 ‘끙끙’
[금융 전전반측] 당국 권고, 코로나 만큼의 무게...은행권, 대출 재연장에 ‘끙끙’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1.02.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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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원금·이자 또 6개월 연장...6개월치는 삭감해줘야
은행권에 공공기관 역할 요구하는 금융당국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은행권이 ‘코로나 팩데믹’ 만큼이나 두려워 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권고’이다. 권고에 따라 원금 만기와 이자 납기를 연장한 대출 규모가 80조원을 육박하는 가운데 이 대출에 대한 부실은 오롯이 은행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 부실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도 메아리로 되돌아올 뿐이어서 은행권은 오늘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9월 한 차례 연장된 만기 연장·납입 유예 시한이 당초 오는 3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9월 말까지 한 번 더 연장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전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금융협회장은 간담회를 갖고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금 상환 연기 조치를 6개월 재연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박재신 저축은행중앙회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지난 1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대출만기 연장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금융위는 “참석자들이 코로나19 상황, 실물 여견, 금융권 감내 여력 등을 감안할 때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6개월 더 연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당금 적립, 차주 상시점검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연착륙 지원을 통해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대출 부실을 대비할 수 있는 충당금을 쌓을 것을 은행권에 꾸준히 권고해왔다. 이에 은행권은 한 해 실적 수치를 깎아 먹더라도 수천억원씩 충당금 쌓기에 주력했다. 물론 당국의 권고에 의해서만은 아니다. 부실 대출을 감안한 차원이다.

80조원이 넘는 코로나 대출 중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은행의 충당금으로 해결이 가능한 정도라면 차라리 다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충당금 또한 은행 직원들이 1년 내내 ‘열일’하며 일궈낸 결실이지만 이 정도 희생은 이제 익숙하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이 쌓은 충당금 규모가 부실을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될지는 은행 스스로도 모른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80조원 규모에서 부실이 날 대출이 얼마나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의 상환 여력이 한번에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차주들의 상환여력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이다. 금융위가 전날 표한 ‘상환유예 연착륙 지원 5대 원칙’을 보면 유예된 원리금을 분할 상환할 시 유예기간 이상의 상환 기간을 준다는 방침이다. 또 유예기간 중 발생한 이자는 상환 방법과 기간에 관계없이 원래 이자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은행은 6개월 더 연장된 만큼 총 18개월치 이자를 받아야 하지만 12개월치 이자만 받게 된다.

당연히 이러한 결정은 모두 은행권과 당국의 공감대 형성에서 비롯됐다. 금융당국의 권고를 잘 받아들여준 은행권에 고마움을 느끼며 노고를 치하한다.

은행권도 당국의 권고에 대해 큰 불만을 내비치지는 않는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 다만 ‘민간기업’인 은행에 공공기관 역할을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는 은행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9월 첫 번째 연장 때 은행 실무진들은 원금은 차치하더라도 이자까지 연장하는 조치는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위험한 조치라고 우려의 소리를 냈으나 금융당국은 “은행의 건전성은 아직 괜찮다. 다만 충당금을 더 쌓아라”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서는 ‘코로나 위기 해결을 은행에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비난이 속출한 바 있다.

다음 달 초께 결정될 대출 원금 만기 및 이자 유예 재연장 조치에 대해 은행권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을 외치며 부실 대출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금융당국에 제시하고 있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이번만큼은 탁상공론을 넘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권고가 권유가 아닌 압박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 특성상 당국의 권고를 외면할 수 있는 은행은 아마 없을 듯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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