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첨오류' 늪에 빠진 한국부동산원…청약홈 믿어도 되나
또 '추첨오류' 늪에 빠진 한국부동산원…청약홈 믿어도 되나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2.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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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부동산원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한국부동산원이 6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2월부터 운영 중인 주택 청약 시스템 '청약홈'이 예비번호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이달 초 진행된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의 특별공급 추첨 뒤 부여된 예비번호가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면서다. 더 큰 문제는 청약홈에서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재추첨 사태를 빚으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갔다는 볼멘소리를 들었던 한국부동산원이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을 경우, 청약 시스템 자체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 추첨 과정 의혹…재추첨 우려도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과 2일 양일간 금호건설과 신동아건설, HMG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분양하는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가 모든 주택형의 청약을 마감했다.

2일 진행된 1순위 청약은 390가구 모집에 7만1464명이 접수하면서 평균 183.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일 진행된 이전기관 공무원 특별공급 물량에는 1만3382명이 몰리면서 8만4846명의 청약자가 모였다.

당초 3일 2순위 청약이 예정돼 있었으나,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특별공급과 일반분양 모두 조기에 마감됐다.

지난 4년 동안 평(3.3㎡)당 아파트값이 두 배 가까이 뛴 세종은 정부 기관과 국회의사당 이전 등으로 향후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이에 반해 리첸시아 파밀리에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H2블록 1281만원, H3블록 1309만원)돼 전국에서 청약통장이 모였다. H2블록 전용면적 90㎡A 기타지역은 단 13가구 모집에 2099.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면서 '미친 경쟁률'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 가운데 지난 9일 세종시 지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첨자 예비번호가 잘못 기재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10일에는 관련 국민청원이 올라오왔지만, 한국부동산원은 별다른 해명이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어,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과 청원 내용을 종합하면 당첨자 발표일 공표된 예비번호가 일반특공(다자녀·신혼부부 등)과 공무원특공이 섞인 채 부여된 것으로 확인된다. 모집 정원과 접수 인원에 비해 턱없이 높은 예비번호가 부여되면서다. 일반특공과 공무원특공은 별도로 추첨이 진행되면서 예비번호가 각각 부여되는데 번호가 섞인 뒤 추첨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공무원 특공과 일반특공은 예비번호가 따로 나온다는 건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라면서 "시공사와 청약홈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갈무리

이후 한국부동산원은 10일 수정된 예비번호를 재차 부여했다. 이와 관련 예비번호 120번에서 44번으로 변경됐다고 댓글을 남긴 A 씨는 "35가구 모집에 94명이 지원했는데 예비 120번이었다"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이용자 B 씨는 "개인정보 문제가 없는 선에서 추첨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 약속 등 최소한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이용자는 세종시 홈페이지에 '리첸시아 추첨 과정 문제'라는 글을 올려 시에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재추첨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번 예비번호 오류와 관련 "특별공급 예비 입주자 순번 간 역전은 없으며 추첨 결과는 정상이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 지난해 부산 대연동 단지 재추첨 사태….2.5개월에 한 번씩 문제 일으켜

청약홈 추첨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12일 부산 남구 대연동 일대에 들어서는 대연 푸르지오 클라센트 74A형이 추첨 오류로 인해 재추첨을 진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단지는 앞서 11일 당첨자가 공지된 상태였다.

당시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은 "은행과 감정원 간 청약 신청자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74A형 추첨 대상자 중 일부의 정보가 가지 않아 추첨에서 제외됐다"며 "정당한 대상자임에도 추첨 대상이 되지 못해 재추첨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1500여명이 넘는 이들이 추첨 대상에 포함되면서 재추첨이 진행됐고 기존 당첨자 대부분이 재추첨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한국감정원은 결과가 뒤바뀌어 탈락한 이들의 심정은 공감하나, 기존 당첨자에 대한 보상이나 다른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한국부동산원은 61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2월부터 금융결제원에서 주택 청약업무를 이관받아 청약홈을 통해 청약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한국감정원 유은철 청약관리처장은 "‘청약홈’은 지속적인 사용자 편의 개선을 계획하고 있으며,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편 사항은 적극 경청해 시스템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청약홈은 서비스를 시작한 당일부터 서버가 다운되는 촌극을 빚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약홈이 출범한 뒤 9개월 동안 총 5번의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달 반마다 한 번꼴로 문제를 일으키는 셈이다.

2월에는 3일 서버 다운과 함께 18일 과밀억제권역 일정 기간 당첨 제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4월 7일에는 마감 집계가 끝나지 않은 지역 아파트 단지의 경쟁률을 나타내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후 6월 4일에는 접속 폭주로 인한 지연이 발생했고 8월에는 추첨 과정에서 빚은 오류로 재추첨 사태를 낳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이날 "앞서 발표한 내용 외에 추가 입장은 현재로서는 없다"면서도 "대응을 준비 중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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